“요금 2천400원 횡령, 해고 ‘정당’…예전엔 3천원 해고는 ‘과해’“

“요금 2천400원 횡령, 해고 ‘정당’…예전엔 3천원 해고는 ‘과해’“

입력 2017-01-23 09:19
업데이트 2017-01-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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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비슷한 사안 두고 ‘오락가락 판결’ 비판 목소리

법원이 최근 요금 2천4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놨는데, 3년 전 같은 재판부는 비슷한 사안을 두고 ‘해고는 과하다’고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고법 전주 제1민사부는 최근 버스 운전기사 이희진(53)씨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승차요금 2천400원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은 것은 착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의에 의한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단체협약에서 해고사유로 정한 ‘운송수입금 착복’에 해당한다고 보여 해고와 관련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1심 재판부인 전주지법 제2민사부는 2015년 10월 이씨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받지 못한 임금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1·2심 판결이 엇갈린 것이다.

이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3년여 전 같은 재판부는 비슷한 사안에 대해 “해고는 과하다”고 판단해 ‘오락가락 판결’이란 목소리가 높다.

당시 1·2심 재판부인 전주지법과 광주고법 전주 제1민사부는 요금 3천원을 횡령해 해고된 버스 기사 김모(60)씨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2013년 1월 승객이 현금으로 낸 요금 3천원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아 해고 처분을 받았다.

그는 “한파와 폭설 때문에 도로사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정류장을 벗어난 곳에서 승객을 태웠고 시간을 맞추려고 서둘러 버스를 운행하다가 깜박해 입금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운송수익금봉투에 승차요금이 기재되지 않았고 착오로 누락됐더라도 당일 운행을 마치고 별도로 3천원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으면 회사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착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징계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기사로 근무하며 운송수입금 착복이 문제 된 것은 이 사건 단 한 번이고 계획적으로 요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해고는 근로계약관계를 단절해 가장 중한 징계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즉 징계 사유는 있되 해고는 너무 과하다는 판결이다.

이들 사건은 여러모로 비슷하다.

두 사건의 회사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운송수익금을 부정 착복한 증거가 확실하면 노조와 협의 없이 해고한다’고 약속했다.

회사들은 이 대가로 기사들에게 일일 단위로 CCTV 관리비를 지급해 왔다.

이씨와 김씨 모두 각 17년과 30여 년간 버스 기사로 일해오면서 요금 누락 때문에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

이처럼 비슷한 사안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나온 가운데 이씨의 최종 해고 여부는 대법원에 가려지게 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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