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더 뛸 수 있다” 자신감 보여…소속팀 전남, 제주에 3년 만에 승리
프로축구 전남 수문장 김병지(45)는 전반 4분 선취점을 뽑아낸 후배 이종호가 하프라인을 넘어 자신에게로 다가오자 쑥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광양 연합뉴스
K리그 최초로 7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세운 김병지(위)가 26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를 3-1 승리로 장식한 뒤 후배들에 의해 헹가래 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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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는 26일 전남 광양 전용구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제주와의 2015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에 선발 출전, K리그 최초로 통산 7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세운 뒤 이종호 등 후배들에 의해 무등 태워졌다. 경기장 곳곳에 ‘내 뒤에는 공이 없다’ ‘777경기까지’ 등등의 격문이 나붙었고 세 아들이 시축에 나서 아버지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김병지는 이날 그저 장갑만 끼우고 맞이한 700경기 출전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듯 전반에만 두 차례 선방을 펼쳤다. 35분 허범산이 전남 아크에서 시도한 왼발 프리킥, 43분 로페즈의 중거리 슈팅이 김병지 품에 안겼다.
그는 이날 킥오프 몇 시간 전 취재진을 만나 “나 때문에 가려진 것이 있다. 난 불행 중 다행으로 1%의 성공 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하지만 프로 세계의 99%를 차지하는 선수들과 함께 700이란 숫자에 다다랐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 역시 축구를 할 수 없는 조건에서 힘겹게 해 왔다. 후배들의 앞날에도 이렇게 영광된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25살 때는 물만 먹고 뛰어도 됐는데 (지금까지보다) 앞으로 남은 77경기가 더 힘들 것 같다”면서도 “1년 더는 자신 있다. 명분 있게 은퇴하는 그날까지 지금 모습으로 계속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남은 오르샤의 2골 1도움 활약을 앞세워 제주를 3-1로 이겨 승점 37을 확보, 전날 인천을 2-0으로 제압한 FC서울(승점 35)을 따돌리고 리그 3위로 올라섰다. 킥오프 4분 만에 오르샤의 크로스를 이종호가 헤딩슛으로 밀어 넣어 앞서 나갔으나 제주는 22분 윤빛가람이 아크 정면에서 그림 같은 오른발 프리킥으로 골문을 갈랐다. 천하의 김병지도 어쩔 수 없는 절묘한 킥이었다.
오르샤는 6분 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크로스한 공이 수비수를 맞고 본인에게 흐르자 재차 오른발 슈팅을 꽂아 넣었다. 전남은 후반 9분 오르샤가 상대 아크 오른쪽 대각에서 오른발 프리킥으로 올린 것이 상대 수비수 까랑가의 머리를 스치고 골망을 흔들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자신의 대기록보다 팀의 승점 3을 갈구했던 김병지는 2012년 7월 21일부터 제주에 2무8패로 눌렸던 열세를 첫 승리로 떨쳐냈다. 김병지는 팬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으며 광양의 아름다운 밤을 만끽했다.
한편 선두 전북은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15승5무3패가 된 전북은 승점 50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르며 2위 수원(승점 40)과의 간격을 벌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5-07-2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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