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 지켜보는 아이만 하킴 감독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와의 2차전을 하루 앞둔 5일 오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투안쿠 압둘 라흐만 스타디움. 아이만 하킴 시리아 대표팀 감독이 훈련하는 선수들을 보고 있다. 2016.9.5 연합뉴스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의 치안이 불안해 제3국에서 경기가 열린다.
시리아 축구대표팀은 “내전에 지친 시리아 팬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시리아 대표팀이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경기를 치러본 게 2010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2011년 이후 내전 탓에 ‘축구 방랑’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시리아 축구대표팀은 5년 넘게 외국을 떠돌며 ‘원정 같은 홈경기’를 치렀다.
시리아 축구는 2006년 1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한국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2차전 방식으로 치러진 결승에서 K리그의 강자 전북 현대와 시리아의 알 카라마가 맞섰다.
전북은 1차전에서 2-0으로 이겨 손쉬운 우승을 예상했다.시리아로 원정한 2차전에서는 알 카라마에 먼저 2실점을 하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후반 막판 제칼로의 결승 골이 터진 전북이 1,2차전 합계 3-2로 간신히 이기고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국제무대에서도 시리아는 2000년대 중반에 좋은 모습을 보이며 ‘중동의 복병’ 역할을 했다.
2000년과 2005년 서아시안게임에서 연속으로 준우승했다. 서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도 1차례 우승(2012년)과 두 차례 준우승(2000년·2004년)을 맛봤다.
2011년 불어닥친 내전은 시리아의 축구 동력을 끊었다.
일부 선수는 유니폼을 벗고 반정부군에 가담했다. 내전을 피해 주변 국가의 클럽으로 이적하는 선수도 있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서 7골을 쏟아낸 시리아의 공격수 오마르 카르빈(22·알 다르프)도 17살 때 시리아 클럽인 알 와흐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지만 19살 때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나야 했다.
카르빈의 사촌 형이자 2차 예선에서 해트트릭을 합쳐 4골을 꽂은 미드필더 오사마 오마리(24·알 와흐다)는 아직 시리아에서 뛴다.
오마리는 내전이 시작된 2011년 군대에 징집됐다. 동료들이 외국클럽으로 옮길 때 오마리는 이적 기회를 놓친 이유다.
힘겹게 축구팀을 이어가지만, 한가지 목표는 확고하다. 내전에 고달픈 시리아 국민에게 승전보를 전하는 것이다.
시리아는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일본(7승1무)에 이어 6승 2패를 기록, 조2위로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8경기 동안 무려 26골을 쏟아냈다. 2차 예선에서 8연승 하는 동안 27골을 터트린 한국과 비견되는 성적표다.
월드컵 2차 예선에서 6차례나 이긴 시리아의 목표는 최종예선에서 선전해 역대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것이다.
시작은 좋지 않다. 우즈베키스탄과 1차전에서 0-1로 패했고, 2차전 상대는 ‘강호’ 한국이다.
시리아 대표팀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5일 공식기자회견에서 아이만 하킴 시리아 감독은 “예전 국내에서 홈팬 5만여명의 응원을 받아 경기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며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서 고국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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