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선 것은 하반기 구조조정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상반기 8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많게는 9조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대 15조원까지 동원할 수 있는 특별계정만으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실검사 논란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당국으로선 예전처럼 좌고우면하면서 ‘폭탄 돌리기’를 할 만한 처지가 못 된다.차라리 이참에 공적자금으로 실탄을 두둑이 채워 확실히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저축은행 사태가 예상과 달리 정치적·사회적 이슈로 번지면서 갈수록 폭발력이 커져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까지 이 문제를 하염없이 끌고 가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점도 적지 않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실탄 얼마나 썼나당국은 지난 3월 진통 끝에 예금보험기금에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계정을 만들었다.필요할 때마다 돈을 빌려 최대 15조원까지 동원하고,해마다 들어오는 각 금융권의 예보기금으로 이를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12일 현재까지 투입된 돈은 모두 4조8천억원.올해 영업정지된 8개 저축은행의 예금 가지급(정상 영업이 이뤄지기 전 미리 지급하는 예금)과 삼화저축은행 매각 비용으로 쓰였다.
남은 것은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나머지 7개 저축은행의 매각 비용이다.예금보험공사는 애초 매각 비용까지 포함해 6조5천억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불법대출이 고구마 줄기를 캐듯 계속 발견되면서 부실자산이 늘어 매각 비용도 덩달아 증가하게 된 것이다.
7개 저축은행을 자산·부채인수(P&A) 방식으로 진행하면 실사를 통해 이들 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 등을 뺀 대출(자산)과 원리금 5천만원 이하 예금(부채)을 추려 새 주인이 가져간다.이때 부채보다 자산이 적으면 당국이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한 당국자는 “과거 사례대로 예수금의 70%,대출금의 50% 정도가 인수자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고 6조5천억원을 예상했는데 부실규모가 생각보다 커 7조~9조원까지 투입하게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말했다.
게다가 3개 묶음으로 진행된 7개 저축은행 입찰 가운데 2개 묶음(4개 저축은행)에 대해 재입찰을 부칠 정도로 흥행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당국이 받을 경영권 프리미엄이 줄어들 우려마저 있다.
◇“예측 불허”..공적자금 조성론 대두당국이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결국 6조~8조원이 될 전망이다.특별계정으로 조성할 수 있는 금액 가운데 대략 절반 이하만 남는 셈이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규모를 당국조차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하반기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과 달리 어느 정도 내부적으로 윤곽을 잡고 대비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매일같이 ‘구조조정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이를 논의하고 있다.한 관계자는 “밑그림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구조조정에 쓸 공적자금을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당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다만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조성한다면 어떻게 얼마나 만들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남은 부실을 말끔히 털어내려면 공적자금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일단 특별계정으로 대응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도 있다.
공적자금을 만든다면 정부가 보증하는 예보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방식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 출연금 형태로 예산에 반영하는 형태나 무보증 채권을 발행해 공적자금이란 꼬리표를 떼는 ‘우회로’도 고려되고 있다.
결국 오는 8~9월 저축은행의 연간 실적이 나오는 것을 전후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규모와 조달 방식 등이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뱅크런’ 우려 속에도 “정공법 택할 것”정부 보증채를 발행해 공적자금을 조성하려면 국회의 보증동의를 받아야 한다.현재로선 보증동의안이 제출되면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이라는 게 국회 안팎의 분위기다.
공적자금의 회수가 어려워지면 국민의 ‘혈세’를 붓게 된다는 측면이 여당에 다소 부담이지만,그보다는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는 게 시장뿐만 아니라 정권 차원의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전언이다.
총선과 대선 정국이 기다리는 내년까지 저축은행 부실이 해결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으로선 하반기 구조조정이 자칫 문제가 없는 다른 저축은행까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에 쓰러지는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걱정이다.공적자금 투입이 오히려 예금자의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금융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유로 공적자금 조성을 미룬 채 부실 저축은행에 메스를 들이대지 못했다가 올해 들어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을 5년간 미루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충당금 적립 기간을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어느 정도 ‘안전판’도 마련해 둔 상태다.
한 당국자는 “시장에서도 어차피 할 거라면 여지를 두지 않고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상반기 8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많게는 9조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대 15조원까지 동원할 수 있는 특별계정만으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실검사 논란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당국으로선 예전처럼 좌고우면하면서 ‘폭탄 돌리기’를 할 만한 처지가 못 된다.차라리 이참에 공적자금으로 실탄을 두둑이 채워 확실히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저축은행 사태가 예상과 달리 정치적·사회적 이슈로 번지면서 갈수록 폭발력이 커져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까지 이 문제를 하염없이 끌고 가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점도 적지 않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실탄 얼마나 썼나당국은 지난 3월 진통 끝에 예금보험기금에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계정을 만들었다.필요할 때마다 돈을 빌려 최대 15조원까지 동원하고,해마다 들어오는 각 금융권의 예보기금으로 이를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12일 현재까지 투입된 돈은 모두 4조8천억원.올해 영업정지된 8개 저축은행의 예금 가지급(정상 영업이 이뤄지기 전 미리 지급하는 예금)과 삼화저축은행 매각 비용으로 쓰였다.
남은 것은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나머지 7개 저축은행의 매각 비용이다.예금보험공사는 애초 매각 비용까지 포함해 6조5천억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불법대출이 고구마 줄기를 캐듯 계속 발견되면서 부실자산이 늘어 매각 비용도 덩달아 증가하게 된 것이다.
7개 저축은행을 자산·부채인수(P&A) 방식으로 진행하면 실사를 통해 이들 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 등을 뺀 대출(자산)과 원리금 5천만원 이하 예금(부채)을 추려 새 주인이 가져간다.이때 부채보다 자산이 적으면 당국이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한 당국자는 “과거 사례대로 예수금의 70%,대출금의 50% 정도가 인수자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고 6조5천억원을 예상했는데 부실규모가 생각보다 커 7조~9조원까지 투입하게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말했다.
게다가 3개 묶음으로 진행된 7개 저축은행 입찰 가운데 2개 묶음(4개 저축은행)에 대해 재입찰을 부칠 정도로 흥행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당국이 받을 경영권 프리미엄이 줄어들 우려마저 있다.
◇“예측 불허”..공적자금 조성론 대두당국이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결국 6조~8조원이 될 전망이다.특별계정으로 조성할 수 있는 금액 가운데 대략 절반 이하만 남는 셈이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규모를 당국조차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하반기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과 달리 어느 정도 내부적으로 윤곽을 잡고 대비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매일같이 ‘구조조정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이를 논의하고 있다.한 관계자는 “밑그림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구조조정에 쓸 공적자금을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당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다만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조성한다면 어떻게 얼마나 만들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남은 부실을 말끔히 털어내려면 공적자금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일단 특별계정으로 대응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도 있다.
공적자금을 만든다면 정부가 보증하는 예보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방식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 출연금 형태로 예산에 반영하는 형태나 무보증 채권을 발행해 공적자금이란 꼬리표를 떼는 ‘우회로’도 고려되고 있다.
결국 오는 8~9월 저축은행의 연간 실적이 나오는 것을 전후해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규모와 조달 방식 등이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뱅크런’ 우려 속에도 “정공법 택할 것”정부 보증채를 발행해 공적자금을 조성하려면 국회의 보증동의를 받아야 한다.현재로선 보증동의안이 제출되면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이라는 게 국회 안팎의 분위기다.
공적자금의 회수가 어려워지면 국민의 ‘혈세’를 붓게 된다는 측면이 여당에 다소 부담이지만,그보다는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는 게 시장뿐만 아니라 정권 차원의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전언이다.
총선과 대선 정국이 기다리는 내년까지 저축은행 부실이 해결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으로선 하반기 구조조정이 자칫 문제가 없는 다른 저축은행까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에 쓰러지는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걱정이다.공적자금 투입이 오히려 예금자의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금융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유로 공적자금 조성을 미룬 채 부실 저축은행에 메스를 들이대지 못했다가 올해 들어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을 5년간 미루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충당금 적립 기간을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어느 정도 ‘안전판’도 마련해 둔 상태다.
한 당국자는 “시장에서도 어차피 할 거라면 여지를 두지 않고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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