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무죄’ 이재용 경영 위축
‘1조 캐시카우’ 하만 후 M&A 없어‘분식회계 의혹’ 100여 차례 재판
글로벌 빅테크 확장 대응에 난항
재계 “큰 그림 그리기 힘들었을 것”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기념 촬영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정상빈 현대차 부사장,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손 회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김유신 OCI 사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뉴시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06/SSC_20250206174544_O2.jpg.webp)
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기념 촬영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정상빈 현대차 부사장,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손 회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김유신 OCI 사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뉴시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2/06/SSC_20250206174544_O2.jpg.webp)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기념 촬영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정상빈 현대차 부사장,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손 회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김유신 OCI 사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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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대국민 사과로 그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따라다닌 사법 리스크와 이로 인한 삼성의 ‘잃어버린 시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잦은 재판이 기업 활동 위축과 소극적인 경영으로 이어져 지금의 삼성 위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1심 첫 공판기일인 2021년 4월 22일부터 총 107번 열린 1심 재판(선고기일 포함)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면담처럼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총 96번 출석했다. 1심 무죄 선고 이후 6차례 열린 2심 공판에도 모두 출석했다. 총 113차례 열린 공판에 11번을 빼고는 모두 출석한 것이다. 그런 만큼 전 세계를 누비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비교되곤 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판에 출석해야 하는 만큼 경영에 집중하기 힘들고 산만한 환경이 아니었겠느냐”고 추정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역사는 부회장 시절이던 2016년 박영수 특검팀의 국정농단 수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특검팀은 이 회장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측근 최서원에게 총 86억원 규모의 뇌물을 제공하면서 삼성물산 지분 11.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청탁했다며 그를 구속 기소했다.
이후 이 회장은 353일간의 구속 끝에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2021년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됐다. 가석방될 때까지의 기간을 더하면 이 회장의 총 구속 기간은 560일에 달한다.
재계에선 삼성이 상당 기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하지 못한 데도 사법 리스크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부회장 시절이던 2017년 성사된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치)·오디오 기업 하만 인수(80억 달러) 이후 대형 M&A에 나선 적이 없다. 2017년 하만의 영업이익은 6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3년, 2024년 1조원대의 성적을 연이어 기록하며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M&A 같은 삼성전자의 큰 그림을 그리기는 힘든 만큼 이 회장의 장기적인 안목과 결단이 필요한데 몇 주에 한 번씩 재판에 출석하니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글로벌 경영에 나서는 데 족쇄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사업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얘기다. 과거 사법 리스크 전 이 회장은 한 해에 미국 출장만 5차례 가는 등 해외 일정을 활발하게 소화하며 결과물을 만들었다. 2014년 7월엔 2주간의 여유를 두고 미국을 두 차례 다녀오며 팀 쿡 애플 CEO와 함께 삼성·애플의 특허소송 합의를 끌어낸 게 대표적 사례다. 이 회장은 이 밖에도 코로나19 사태 당시 국내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화이자·모더나 최고경영진과 직접 협상하며 코로나 백신의 국내 위탁 생산을 성사시킨 바 있다.
반면 2023년 5월엔 22일간 미국에 머물며 20여명의 CEO와 만나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공판 일정을 고려해 확보 가능한 시간에 최대한 많은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계에서의 위상도 많이 꺾였다. 이 회장은 2018년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의 상임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2025-02-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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