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은커녕 고성이나 야유도 없었다. 수개월간 온 나라를 소용돌이에 빠뜨린 법안 처리 현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품위 있는’ 표결이었다.
●여·야 원내대표, 마지막엔 서로에 감사
2일 오전 10시쯤(현지시간) 미국 상원 본회의장. 대니얼 이노우에 상원 의장 대행이 정부 부채 상한을 최소 2조 1000억달러 증액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폼나는’ 의사봉이 아니라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크기의 하얀 도장 같은 것을 책상에 두드렸다. 2시간여에 걸쳐 의원들의 열띤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대당을 공격하는 발언이 나와도 의원석에서는 야유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 마치 철학 강론을 듣는 강의실 분위기였다.
마지막 발언은 여야 원내대표 몫이었는데, 서로 ‘적’(敵)을 향해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소수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을 차례로 거명하며 합의안 도출을 위한 노력에 사의를 표했다. 이어 등단한 리드 원내대표는 “내 친구인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투표가 시작되자 격렬하게 찬·반토론을 벌였던 의원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고 등을 두드리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상원은 거의 200년 전 투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100명의 상원의원이 알파벳 순서대로 서기 앞으로 나가 로마시대 황제와 같은 엄지손가락 동작으로 표결했다.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우면 찬성, 아래로 내리면 반대를 뜻했다. 그것을 서기가 “아이”(Aye·찬성)나 “노”(No·반대)라고 외치며 기록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표결이 30분이나 걸렸다.
●오바마, 디폴트 10시간 전 극적 서명
이날 방청석엔 700여명의 시민이 가득 들어차 이 법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의장 대행이 낮 12시 43분쯤 “찬성 74표, 반대 26표”라는 결과를 발표하자 의원들은 예상했다는 듯 별다른 반응 없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이 백악관으로 넘어온 즉시 서명했고, 미국은 디폴트(국가부도)를 가까스로 면했다. 데드라인을 불과 10시간 남겨둔 시점이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여론은 냉랭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28~31일 퓨리서치센터와 공동으로 전국의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말도 안 된다.” “역겹다.” 등 72%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긍정적인 응답은 2%에 그쳤다.
carlos@seoul.co.kr
●여·야 원내대표, 마지막엔 서로에 감사
2일 오전 10시쯤(현지시간) 미국 상원 본회의장. 대니얼 이노우에 상원 의장 대행이 정부 부채 상한을 최소 2조 1000억달러 증액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폼나는’ 의사봉이 아니라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크기의 하얀 도장 같은 것을 책상에 두드렸다. 2시간여에 걸쳐 의원들의 열띤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대당을 공격하는 발언이 나와도 의원석에서는 야유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 마치 철학 강론을 듣는 강의실 분위기였다.
마지막 발언은 여야 원내대표 몫이었는데, 서로 ‘적’(敵)을 향해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소수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을 차례로 거명하며 합의안 도출을 위한 노력에 사의를 표했다. 이어 등단한 리드 원내대표는 “내 친구인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투표가 시작되자 격렬하게 찬·반토론을 벌였던 의원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고 등을 두드리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상원은 거의 200년 전 투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100명의 상원의원이 알파벳 순서대로 서기 앞으로 나가 로마시대 황제와 같은 엄지손가락 동작으로 표결했다.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우면 찬성, 아래로 내리면 반대를 뜻했다. 그것을 서기가 “아이”(Aye·찬성)나 “노”(No·반대)라고 외치며 기록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표결이 30분이나 걸렸다.
●오바마, 디폴트 10시간 전 극적 서명
이날 방청석엔 700여명의 시민이 가득 들어차 이 법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의장 대행이 낮 12시 43분쯤 “찬성 74표, 반대 26표”라는 결과를 발표하자 의원들은 예상했다는 듯 별다른 반응 없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이 백악관으로 넘어온 즉시 서명했고, 미국은 디폴트(국가부도)를 가까스로 면했다. 데드라인을 불과 10시간 남겨둔 시점이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여론은 냉랭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28~31일 퓨리서치센터와 공동으로 전국의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말도 안 된다.” “역겹다.” 등 72%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긍정적인 응답은 2%에 그쳤다.
carlos@seoul.co.kr
2011-08-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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