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명 탑승한 아제르機 추락, 30여명 생존… 생사 갈린 성탄절

67명 탑승한 아제르機 추락, 30여명 생존… 생사 갈린 성탄절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4-12-25 23:40
수정 2024-12-2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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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체첸 향하던 중 카자흐서 사고
악타우 공항과 3㎞ 떨어진 곳 낙하
새떼와 충돌·안개 등 가능성 제기
운항 사이트 “강한 GPS 교란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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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에서 러시아로 향하다 추락한 아제르바이잔항공의 여객기 뒷부분이 뒤집혀 있긴 하지만 큰 충격에도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 다수의 생존자가 기체 뒷부분에서 구조됐으며 일부는 직접 걸어 나오기도 했다. 악타우 AP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에서 러시아로 향하다 추락한 아제르바이잔항공의 여객기 뒷부분이 뒤집혀 있긴 하지만 큰 충격에도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 다수의 생존자가 기체 뒷부분에서 구조됐으며 일부는 직접 걸어 나오기도 했다.
악타우 AP 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에서 승객과 승무원 67명을 싣고 러시아로 향하던 여객기가 카자흐스탄에서 비상착륙하다가 추락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짙은 안개’와 ‘버드 스트라이크’(새떼와의 충돌), ‘위성항법시스템(GPS) 교란’, ‘기체 고장’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소 32명의 생존자가 확인됐다.

25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은 카자흐스탄 비상상황본부 발표를 인용해 “이날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국제공항에서 이륙해 러시아 체첸 공화국 수도 그로즈니 공항으로 향하던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 J28243편이 추락했다”면서 “사고 여객기에 승객 62명과 승무원 5명이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국적별로는 아제르바이잔 37명, 러시아 16명, 카자흐스탄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이다.

비상상황본부는 “지금까지 어린이 3명을 포함한 32명이 생존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면서 “사망자는 30명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종은 세계 3위 상업용 항공기 제조사인 브라질 엠브라에르가 만든 중소형 여객기 ERJ-190이다. 100석 안팎 크기로 항속거리는 384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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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를 출발해 러시아 체첸 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가던 아제르바이잔항공 소속 여객기가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인근에서 추락하는 모습. 새떼와의 충돌로 추정되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급강하하다 화염을 내뿜으며 폭발하고 있다. X 캡처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를 출발해 러시아 체첸 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가던 아제르바이잔항공 소속 여객기가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인근에서 추락하는 모습. 새떼와의 충돌로 추정되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급강하하다 화염을 내뿜으며 폭발하고 있다.
X 캡처


처음에는 체첸 항공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기상 상황’이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비행기는 바쿠에서 그로즈니로 운항 중이었는데 그로즈니 일대에 안개가 심하게 끼자 대체 공항인 악타우 공항으로 회항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연방항공국(로사비아치야) 대변인은 “항공기가 (안개 때문이 아니라) 새떼의 공격으로 비상 상황이 생겨나 악타우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비행기가 카스피해 공해상에서 새들과 부딪히자 비상 조난 신호인 ‘7700’을 발신하고 구조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항공기는 공항 주변을 여러 차례 돌며 비상착륙을 시도했지만 안착하지 못하고 악타우에서 약 3㎞ 떨어진 지역에 추락했다.

반면 전 세계 상업용 항공기 이동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플라이트레이더24’ 사이트를 보면 이 여객기는 악타우 공항에 근접한 뒤로 고도가 위아래로 크게 흔들렸다. 사이트는 “당시 항공기가 강력한 GPS 방해·교란을 받았다”면서 “과거부터 러시아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GPS 교란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3년 넘게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국의 드론 공격을 차단하고자 다양한 지역에서 GPS 방해 작전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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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카자흐스탄 경찰 예비조사 보고서에는 이 비행기가 자동항법시스템 고장으로 인해 악타우에 수동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했다고 나온다. 보고서는 “추락 전 승무원들이 여객기 시스템 일부가 고장났다고 알려온 뒤 얼마 안 가 비행기가 레이더 화면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추락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비행기가 땅을 긁듯이 하강하다가 폭발한 뒤 화염에 휩싸여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영상이 올라왔다. 다른 영상에는 동체 일부가 날개에서 떨어져 나가고 뒷부분은 지상에 거꾸로 누워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항공기가 추락하면 탑승객이 전원 사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사고에서는 승객 중 절반 가까이가 생존했다. 비교적 온전히 보존된 기체 뒷부분에 탑승한 승객이 다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사고 직후 구조 영상을 보면 구조대가 기체 뒷부분에서 다수 승객을 구출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부 승객은 부서진 동체에서 스스로 걸어 나올 만큼 건강했다.

이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독립국가연합(CIS) 비공식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러시아로 향하다가 긴급 회항을 지시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2024-12-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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