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폭동 사태’...2030 남성들이 왜 많았을까[취중생]

‘서부지법 폭동 사태’...2030 남성들이 왜 많았을까[취중생]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5-01-25 13:00
수정 2025-01-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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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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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4차 변론이 열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4차 변론이 열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이 열린 헌법재판소(헌재) 앞에서 만난 오모(32)씨는 “지지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기다리기 위해 나왔다”며 동행한 20대 남성 두 명과 “자유 민주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보수 성향 지지자들 사이에서 불붙기 시작한 윤 대통령 한남동 관저 앞 집회부터 직접 현장에 나왔다는 오씨는 “대통령 담화문을 보고 (정치에) 관심이 커졌다”면서 “어르신들부터 10대, 청년 세대 모두 집회 현장에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보수 집회에 ‘젊은 바람’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지금, 보수 집회에도 새바람이 불었습니다. 고령층이 중심이던 집회 현장에 청년들의 존재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높아지고 자연스레 공론장이 형성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극단적 집회 참석자가 법원에 난입하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19일 새벽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집회를 벌이던 시위대 일부는 불법적으로 법원 담을 넘고 유리창과 외벽 등 기물을 부수거나 건물 7층에 있는 판사실까지 침입했습니다. 경찰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는 물론 이들을 선동한 배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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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18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 너머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2025.1.18 도준석 전문기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18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 너머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2025.1.18 도준석 전문기자


폭동 사태 가담자들 주로 2030 남성주목할 점은 법원을 때려 부수고 경찰 등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체포된 이들의 절반 이상이 20~30대 남성이라는 점입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46명 중 20~30대는 54%(25명)에 달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성별 비율은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의 변호인은 서울신문에 “피의자들 대부분 20~30대가 많고, 여성은 거의 없었다”고 귀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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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아직 잡히지 않은 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동에 가담한 2030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설 연휴 기간인 27~30일에도 수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경찰은 법원에 난입한 윤 대통령 지지자 100여명 중 아직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이들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면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들을 차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가짜뉴스와 사회 불신이 부른 극단화여러 차례 열린 보수 집회 현장에서 만난 일부 시위대는 “자유를 뺏겼다”거나 “공산당이 나라를 망친다”는 편 가르기식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더군다나 길을 오가는 시민이나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빨갱이냐’는 위협적 질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혼란한 사회 속에서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가짜뉴스나 선동적인 내용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상황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술 변화로 유튜브가 일상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소식이 퍼지고 알고리즘에 의해 편향적인 채널만 계속 노출이 된다면 이를 보는 이들까지 모두 ‘집단지성’이 아닌 ‘집단착각’에 빠지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과거 ‘부족주의’처럼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확증편향에 빠지거나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쉽게 되면서 한 개인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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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1.23 사진공동취재단


실제로 2030대 남성들이 즐겨 보는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여전히 “윤 대통령의 ‘경고성 계엄’은 정당한데 언론과 수사기관이 대통령을 구속하고 우리까지 구속하려 한다”며 함께 싸워야 한다며 위험한 선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혼란한데 기성세대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젊은 세대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열망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어수선한 상황에서는 극단 행동도 용납될 수 있다고 보고 극단적인 행동을 더 표출하는 걸로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내란 선동·선전 혐의를 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전담팀을 꾸렸습니다. 전 목사가 집회 참석자들을 선동해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유발했다는 내용의 고발 여러 건을 병합해 전담팀이 수사하기로 한 것입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폭동을 유발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또 경찰은 극우 유튜버들에 대해서도 내란 선동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전 목사는 “친북주의자들이 나를 고발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시 사랑제일교회 ‘특임 전도사’로 알려진 이모씨에게 지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과거 구속된 후 당직을 그만둬서 교회 행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우리 교회에서 전도사가 된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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