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과 두터운 교분…수용 전망”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방북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북한이 이들의 조문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북한은 지난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과 장례기간 등을 공개하면서도 외국조문단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이 외국조문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은 김일성 주석 장례식 때의 선례를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권력공백 사태 등 내부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면적인 외국조문을 허용할 가능성은 없어도 북한에 우호적이고 비중있는 해외인사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조문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김 주석 사망 때도 실제로 조문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재외동포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조문단을 받기로 방침을 변경한 바 있다.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이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조문 수용 가능성 쪽에 무게가 더욱 실린다.
이 여사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남편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김 전 대통령에게 이 여사에 대해 “체구도 크지 않는 분이 여성 지도자로서, 또한 남편 석방을 위해 강력한 투쟁을 한 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이 없는 지금 이 여사는 ‘햇볕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과 세 번이나 독대한 경험이 있다. 2005년 7월의 첫 만남에서 김 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백두산과 개성 시범관광’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또 2007년 11월에 이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이 벌어진 뒤인 2009년 8월에도 김 위원장과 만나 관광재개 등을 협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의 방북이 김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조문에 대한 답례 차원이라는 점에서도 북한이 이들의 조문을 수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북한매체가 노무현재단이 조문단을 파견키로 했다는 소식을 비중있게 소개한 점도 내심 남북관계에서 상징성 있는 남측 인사들의 방북을 바라는 속내를 비춘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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