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빠지면 국정원만 부각 판단…민생입법 ‘성과’ 기대하는듯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 반발과 일주일도 남지않은 9월 정기국회 파행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영수회담의 방식으로 ‘5자 회담’을 고수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했으나 청와대 측은 이를 “민생과 연계된 5자 회담을 강조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피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위원회 총재(ICRC)를 접견,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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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과 자신이 양자회담을 먼저 하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문제를 논의한 뒤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다자회담에서 민생을 논의하자고 역제안한데 대해서도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5자 회담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거론되지만 무엇보다도 양자, 나아가 3자회담을 통해서는 이렇다할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하지 않느니만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문제를 책임지는 여야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양자 회담이나 3자 회담에서는 야당이 총력을 기울이는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국회 차원의 국정원 개혁과 같은 ‘정치공세적 의제’만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의 우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재판 중인 사안이고, 국정원 개혁 문제는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저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거듭 개혁의지를 밝힌 만큼 청와대 회담에서 다룰 사안은 아니며 추후 결과로 평가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 대통령은 야당과 회동한다면 정기국회에 제출된 민생입법과 내년도 예산안 등의 처리 향방을 논의, 공감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며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정치이슈는 가급적 대화의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현재 청와대의 기류를 보면 박 대통령은 정기국회의 초반공전 등 정국경색이 가팔라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입장을 쉽게 굽히지 않을 전망이다. 내달 4일부터 여드레간으로 예정된 러시아ㆍ베트남 순방 이후까지의 대치도 청와대는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는 10ㆍ30 재ㆍ보선을 앞두고 야당이 계속 장외로만 돌 수는 없을 거라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자회동의 입장에 일절 변화가 없다”면서 정국경색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것도 감수하고 있다. 정 야당이 응해오지 않으면 그 이후로도 정국 경색이 이어질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조차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과 여야의 회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언급했음에도 ‘5자회담’이라는 형식을 고집하다가 자칫 9월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협조를 받지못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야당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어느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 어려운 게 국회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큰 틀에서 야당에 한발짝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하루속히 정국을 정상화하고 국회를 복원하는 것이 결국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야 대표가 양 당 원내대표로부터 제반 입법과 관련한 권한을 위임받아 ‘3자 회동’을 하고 이 자리에서 국정원 개혁 문제도 함께 논의하면 되지 않느냐는 ‘절충안’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한길 대표가 당내에서 가지는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있는데다, “국정원 문제는 나와 상관없다”는 박 대통령의 생각이 워낙 분명해 이러한 절충안도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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