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원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모든 레벨서 노력””외교정책, ‘천천히 꾸준히’…안정적 발전이 목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4일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불씨를 살려놓은 한일 간 대화 무드를 관계정상화로 이끌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윤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한일관계 ‘원년’을 강조하며 “그것을 위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양국 정부가 모든 레벨에서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하고, 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눈에 띄는 언급은 길을 뚫기 위한 ‘대안(alternative) 루트’다.
윤 장관은 양자 차원의 한일 정상회담에 기본적으로 열린 입장이며 이를 위해서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외교라는 것은 항상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길만을 고집해서 정상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대안 루트’가 있기 때문에 늘 그런 것도 염두에 두면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여건이 안 되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노력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중 하나가 한일중 정상회담”이라고 말했다. “3국이 만나게 되면 양자간 접촉은 자연스럽게 있게 된다”고 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진전 등을 통한 한일 양자 정상회담 여건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되 한일중 정상회담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약 처방’을 비유하며 “피해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몸이 아파 약을 쓸 때는 약을 어떻게 잘 처방하느냐,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잘 구성되느냐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있어서도 세부적 분야에서 상처를 달래줄 수 있는 효과가 있는 처방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 논의와 관련해 하나의 틀로 거론되는 이른바 ‘사사에안’에 대해 “공식적 안이라기보다는 구상인데, 당시 사사에 차관의 구상으로 지난 정부 때 제시된 것”이라면서 “결국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어떤 식으로 조합이 되느냐에 따라 여러 변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의 해법과 관련, 한일간에 치열한 ‘더하기 빼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3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외무성 사무차관이 방한 때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 사사에안은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 ▲주한일본 대사가 피해자들을 만나서 의견을 청취하고 사과 ▲일본 정부 예산을 통한 피해자 보상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한 번도 양자 차원의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것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일정책 기조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윤 장관은 “정부의 외교정책은 상당히 일관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slow and steady) 가고, 나름대로 큰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그러나 유연히 할 때는 유연하게 하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통해 역사 문제와 나머지 문제를 연계하지 않았고, 대화 자체에 대해서는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해 “당연히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봐야 하고, 좀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에서 초반에는 한일관계가 좋게 출발했다가 중반에 갈등이 생기고, 후반에는 크게 악화한 상태로 끝난 것이 거의 예외없는 패턴이었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현 정부가 출범할 때는 굉장히 악화된 관계를 이어받았는데 천천히 가더라도 시행착오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차원에서 ‘안정적 발전’이라는 비교적 거창하지 않은 목표를 세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한 한일간 갈등이 WTO(세계무역기구) 까지 간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양국관계에 있어서 모든 현안들이 리히터 규모 6~7규모로 올라간다면 양국관계의 미래는 굉장히 암울하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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