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정희 딜레마’ 속 ‘양자 TV토론’ 압박

文, ‘이정희 딜레마’ 속 ‘양자 TV토론’ 압박

입력 2012-12-05 00:00
수정 2012-12-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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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의 양자 TV토론을 요구해온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측이 5일 ‘이정희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전날 새누리당 박근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의 첫 3자 TV토론이 박 후보에게 맹폭을 퍼붓는 이 후보의 ‘독무대’로 변질되다 시피하면서 정작 문 후보의 존재감은 약화됐다는 안팎의 지적이 나오면서다.

TV토론을 통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당초 전략에 제동이 걸리게 된 셈이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이 후보가 박 후보를 밀어붙이는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담담하게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차분한 정책적 면모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한 이 후보와 방어에 나선 박 후보 등 두 여성 후보의 틈바구니에 끼면서 문 후보측이 우위를 장담했던 정책 대결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박 후보에 대한 협공에 가담할 경우 TV토론이 ‘1대2’구도로 굳어지면서 ‘종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후보와 함께 ‘한 편’으로 묶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문 후보로선 공격적으로 나서기도 힘든 형편이었다.

물론 직접 네거티브에 가담하지 않고서 ‘이이제박’(以李制朴)의 효과를 거둔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캠프 일각에선 이 후보에 가려 “문재인은 보이지 않았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마저 나왔다.

실제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에 대해 “지나치게 대립각을 보여 문 후보의 비전과 정책 제시가 가려졌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많은 국민이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할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 후보의 맹공이 오히려 박 후보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 후보측이 신경쓰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캠프 안팎에선 남은 2차례의 TV 토론에서는 문 후보가 좀더 공격적 자세로 전환,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일단 문 후보측은 ‘신사의 품격’ 모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측은 반론, 재반박이 사실상 봉쇄된 현재의 방식과 3자 토론 구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박 후보측에 양자토론 수용을 거듭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개토론 없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국민의 귀와 눈을 가리는 것”이라며 “박 후보는 1차 TV토론 후 필요성이 제기되면 양자토론에 임하겠다는 약속 대로 경직되고 변별력 없는 3자 토론이 아닌, 국민 검증을 위한 양자토론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인영 선대본부장도 선대위 회의에서 “재질문이 없는 현 방식은 TV토론을 ‘앙꼬없는 찐빵’으로 만든, 유신시대 통일주체국민회의의 대의원토론 방식”이라며 양자토론 실시를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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