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하던 외국 정부에도 식량 구걸”
북한이 최근 혹한과 구제역 등으로 군(軍)에서도 식량부족이 심각해지자 위협 대상이던 외국 정부에까지 이례적으로 ‘구걸’의 손을 내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해외 주재 대사관과 외교공관을 대상으로 외국 정부에 식량원조를 요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의 요청을 무시하느냐 아니면 도움이 가장 덜 필요한 곳에 식량을 지원하는 부패한 배급시스템을 알면서도 지원을 하느냐의 곤란한 판단에 직면하게 됐다.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2년전 대북 식량원조를 중단한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지난 3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현재 어떠한 지원계획도 없다”고 밝힌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이 현재 식량공급 상황으로는 몇달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지원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WPF는 다음달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한 평가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북한은 이번 겨울 60년만의 혹한을 겪고 있고 평균 이하의 곡물 수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구제역까지 발생, 주민들은 물론 군대 내에서도 식량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WP는 한국 내 탈북자 단체들을 인용해 전했다.
문제는 대북 식량지원이 제대로 모니터링되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실제 지난 15년간 무려 20억달러 규모의 대북지원이 있었지만 여전히 북한의 임산부 4명 중 1명은 영양실조이고 어린이 3명 중 1명은 성장부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 지원되는 식량의 전용 비율에 대해선 전문가나 비정부기구(NGO)들도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지만 대부분은 군대로 향한 뒤 다시 시장으로 돌아와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최근 식량지원 감시단이 취약지역을 방문하는 것을 금지한 것은 물론 감시단이 한국어를 몰라야 하고 방문 일주일 전에 미리 알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감시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 인민군에서 선전장교로 활동하다 탈북한 김성민씨는 WP와 인터뷰에서 과거 북한군이 국제 감시단의 요청에 따라 쌀을 마을에 배포했으나 뒤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회수했다면서 “군인들이 100% 회수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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