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순간 방청석에 비명·법정 밖에서도 불만 표시

“살인을 했는데 어떻게…”

11일 오후 1시 47분 울산지방법원 101호실.

판사가 “사망할 것을 예상하고 폭행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다”며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한 박모(41)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하자 숨진 서현(사망 당시 8세)양의 친모는 옆자리에 있던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에게 안겨 눈물을 쏟았다.

얼굴을 파묻은 채 소리도 없이 한참을 울었다.

그녀는 친구와 이 회장의 부축을 받아 겨우 법정 밖으로 나갔지만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다시 한참을 울던 친모는 “살인했는데 어떻게 살인죄가 아니냐. 어떻게…”라며 흐느꼈다.

또 재판부가 선고하는 순간 방청석에선 비명이 쏟아졌다.

의자가 40개 정도밖에 없는 공간에 120여명이 들어와 어깨를 붙이고 재판을 지켜보던 방청객들은 “어떻게 죽여야 살인이란 말이냐”, “이게 대한민국이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일부 방청객은 눈물을 쏟으며 법정 벽을 치고 발을 굴렀다.

판사가 의붓딸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뜨거운 물을 뿌리는 등 계모의 범죄사실을 나열할 때는 친모는 입술을 떨며 눈을 감았고, 일부 여성 방청객은 눈물을 훔쳤다.

피고석에 들어선 계모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재판을 받았다.

친모는 최근 정신적 스트레스로 어지럼증을 겪다가 넘어져 치료를 하고 법정에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친모는 “15년이면 계모가 나이 예순도 되기 전에 다시 세상에 나오는데 말이 되느냐”며 다시 한번 울었다.

재판이 끝난 뒤 법원 밖에선 그동안 살인죄 적용 서명운동, 추모행사 등 벌인 인터넷 카페 ‘하늘로 소풍 간 아이를 위한 모임’ 회원 50여명이 “항소, 항소”를 외치며 판결에 불만을 표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