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보일러 메이커’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보일러 메이커’

입력 2011-07-11 00:00
업데이트 201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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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노동은 술을 부릅니다. 취기가 피로감을 잊게 하기도 하지만 혈류의 속도를 높여 그만큼 피로물질을 빨리 대사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옛적,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들일을 하던 농부들이 논두렁에서 사발에 채운 막걸리며 소주를 들이켰던 것도 노동과 술의 상관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사례겠지요. 배고팠던 시절, 허술한 끼니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노동을 위해 열량 높은 술을 마셔 힘을 벌충하려 했던 것 아니었겠습니까. 그래서 만들어진 술이 바로 싸고 센 폭탄주입니다.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광산·부두·벌목장 등에서 고된 노역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맥주에 싸구려 양주를 섞어 만든 소위 ‘보일러 메이커’(Boiler Maker)를 즐겨 마셨습니다. 원조 폭탄주인 셈인데, 얼마나 독했으면 이름이 보일러 메이커였겠습니까. 혹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기억하시는지요. 연인을 잃은 형이 바에서 ‘위스키 믹스’를 주문하자 바텐더가 맥주를 부은 잔에 위스키를 채운 잔을 떨어뜨려 건네는 장면이 나옵니다. 술은 이렇게 육신뿐 아니라 마음의 고통까지 덜어주는 따뜻한 포옹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술이 주는 위안은 짧고 단순합니다. 많은 이들이 그 허상의 위로와 위안 속에서 허덕이는 것이지요.

술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관이 간입니다. 술 때문에 간을 망친 사람이 주변에 널렸습니다. 간처럼 잘 견디는 장기도 줄창 마셔대는 술을 끝까지 감당하지는 못하는 것이지요. 이를 두고 누군가는 “술에 장사 없다.”는 준엄한 경고를 남기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술만 보면 이성을 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술이 고마운 것은 희로애락을 정화하는 촉매가 된다는 사실, 누군가와 격의 없이 소통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런 술이 실은 수많은 질병을 갖다 준다는 사실을 두고 새삼 균형의 섭리를 생각합니다. 확실히 술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대상입니다.

jeshim@seoul.co.kr



2011-07-1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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