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출간…못받은 편지에 담긴 한국전쟁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출간…못받은 편지에 담긴 한국전쟁

입력 2012-04-10 00:00
수정 2012-04-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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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쓰인 편지들을 모아 엮은 신간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가 나왔다.

이 책은 미국 워싱턴 인터내셔널센터 키손(Korea Information Service on Net) 프로젝트의 이흥환 선임편집위원이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RA) 서고에서 발견한 편지 1천68통 중 113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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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68건은 따로 옮긴 편지글과 설명을 함께 싣고, 나머지 45건은 화보로 구성했다.

책에 담긴 편지들은 신문지 한 귀퉁이를 찢거나 누런 마분지 조각을 구해 촘촘하게 쓴 편지들은 대부분 1950년에 보내진 것.

미군이 평양 점령 당시 노획되어 봉투에 밀봉된 채로 문서상자 안에 켜켜이 쌓인 채로 60여년 간 잠들어 있었다.

행여 으스러질까 봐 봉투에서 한 장 한 장 조심스레 끄집어내 펼쳐본 종이 위에는 전쟁의 고단함과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 있다.

평안북도 정주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누나는 폭탄이 날아드는 상황에서도 집에 두고 온 남동생이 걱정이다.

”서산에 해가 질 때는 집 생각은 끝없이 나고 있다. 나는 폭격을 세 번 겪고 죽을 뻔하다 살아났으나 지금도 밤낮없이 비행기는 상공에 떠돌고 있다. 그래도 인민군대로 나간 오라바님 생각을 해서 마지막 피 한방울이라도 아끼지 않고 싸우겠다.(중략) 나는 이만 하고 너는 몸조심하고 공부 열심히 하여라. 이만 끝.” (267-269쪽)

하고 싶은 말은 넘치지만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이만 끝.’을 눌러쓴 누나의 마음이 애잔하다.

소식을 전할 길은 오직 종이에 몇 자 적어 보내는 것뿐이던 당시 각기 다른 사연들은 남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를 오갔다.

편지를 통해 입대한 아들은 자식 셋을 군에 보낸 어머니를 위로해달라고 동네 형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한 인민군 병사는 발싸개를 사서 빨리 면회오라며 아버지에게 떼쓰기도 한다.

저자는 이 편지들을 “헝클어졌던 한국 현대사의 한 시기를 보여주는 1차 사료”이자 “전쟁문학”이라고 평한다.

딱딱한 역사서가 흉내 낼 수 없는 민중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한 시대의 증언이라는 것.

그러나 이 자료는 현재 미국 정부의 소유물로 되어 있다.

저자는 편지의 원저작자인 글쓴이인 발신자나 편지 수신인을 찾으면 소유가 반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봉투에 나온 몇몇 주소지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보고 편지의 주인이 나타난다면, 그래서 미 국립문서보관소에 이 편지 묶음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삼인. 348쪽. 1만5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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