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심은 것 아니다”…도산서원 금송 뽑히나

”박정희 심은 것 아니다”…도산서원 금송 뽑히나

입력 2011-07-12 00:00
업데이트 2011-07-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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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석 철거 이어 금송 이식 요구 거세질 듯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1970년 12월에 안동 도산서원에 심었다는 금송(錦松)이 실제로는 나무가 말라죽은 뒤 새로 심은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산서원 금송의 처리를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문화재 제자리찾기 운동(사무총장 혜문 스님)측은 12일 문화재청에 민원을 제기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었다는 금송이 결국 말라죽어 새 나무를 심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심었다는 내용이 담긴 표지석을 철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혜문 스님은 “박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금송은 2년 만인 1972년 말에 말라죽었고 현재의 금송은 그 이듬해인 1973년 4월에 새로 심었다는 사실을 문화재청이 확인해 줬다”면서 “퇴계 선생의 위패를 모신 도산서원에 거짓 사실이 적힌 표지석이 있어서야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앞서 혜문 스님은 지난 1일 문화재청에 관련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고 문화재청은 도산서원 금송이 박 전 대통령의 기념 식수 이후에 새롭게 바꿔 심은 것이라는 내용의 답변을 스님측에 보냈다.

이처럼 도산서원 금송이 박 전 대통령이 심은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서 나무를 심은 내력이 적힌 표지석의 철거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문제의 금송이 어떤 운명에 처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재 제자리찾기 운동측은 “금송 표지석이 철거되면 자연스럽게 금송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만큼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겠느냐”고 밝혀 궁극적으로 도산서원 금송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여년간 일부 학자와 시민단체가 “금송이 일본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이며 일본 왕실과 사무라이 정신을 상징하는 나무라 민족 정체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도산서원의 경관을 가린다”는 등의 이유로 도산서원 금송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잇따라 내놨고 급기야 안동시는 지난 2003년에 금송을 옮길 계획이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화재당국 등이 ‘도산서원 금송은 그 자체로 역사’라는 이유로 옮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유야무야됐다.

이 와중에 수 백년 동안 서원 안에서 자라다 10년 전께 말라죽은 회화나무가 지금까지도 앙상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은 금송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고 있어서 꾸준히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도산서원 금송의 존폐와 관련한 논란이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지만 금송의 운명은 결국 퇴계 이황의 후손 등이 몸담고 있는 서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

안동시 담당자는 “도산서원 금송 문제는 역사성 뿐 아니라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현실성이 얽혀 있는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도산서원이 민간 소유라 금송의 운명과 관련해서 행정기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담당자는 “문화재위원회나 안동시, 도산서원운영위원회 등 각계의 의견을 듣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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