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으로 中 원전굴기 꺾어…UAE 이어 8년 만에 수출길
한국전력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인수전에서 중국을 따돌리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높은 원전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에서 첫 번째 수주인 만큼 수출 시장이 더욱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6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개발사의 대주주인 일본 도시바가 한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전의 사업 수주가 확정되면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8년 만에 원전 수출에 성공하게 된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영국 북서부에 2030년까지 총 3기가와트(GW) 규모의 차세대 원전 3기를 짓는 사업이다.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개발사인 ‘누젠(NuGen) 컨소시엄’의 지분 60%는 도시바가 소유하고 있다. 도시바가 가진 누젠 지분 가치는 3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도시바는 2006년 원전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54억 달러에 인수했으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원전 사업 철수를 결정한 뒤 누젠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내년 상반기에 도시바 지분을 인수해 한국형 원전을 짓겠다는 복안이다. 사업비만 150억 파운드(약 21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한전은 ‘원전 굴기’를 내세운 중국과 치열한 인수 경쟁을 펼쳐 왔다. 수출 원전 후보는 한국형 신형 모델인 ‘APR 1400’이 유력하다. 이 모델은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개발했으며 UAE에도 이미 수출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주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누젠 지분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시작 단계”라면서 “향후 우리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함께 영국 정부의 승인을 통과해야 하며, 한전과 도시바 간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사업자가 건설비를 조달하고 완공 후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자금 조달 능력이 수주의 마지막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7-12-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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