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제거하다 숨진 119 구급대원, 순직 아니다”

“벌집 제거하다 숨진 119 구급대원, 순직 아니다”

김형우 기자
김형우 기자
입력 2015-12-18 10:38
수정 2015-12-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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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제거를 하다 말벌에 쏘여 숨진 119구급대원의 순직 인정이 정부로부터 거부당했다.

17일 인사혁신처 순직보상심사위원회는 경남소방본부 산청소방서 산악구조대 고 이종택(47·소방위) 대원 유족들의 순직 신청을 기각했다.

이 대원은 지난 9월 ‘감나무에 달린 말벌집을 제거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산청군 중태마을로 출동했다. 다른 구조대원이 벌집을 제거하는 동안 이 대원은 1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신고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당시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이 대원은 말벌에 왼쪽 눈 부위를 여러 차례 쏘인 뒤 쇼크사로 숨졌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공무 중 사망하면 ‘공무상 사망’이나 ‘순직’으로 나뉘게 되는데, 소방공무원은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작업 중 입은 위해 또는 이에 준하는 위험업무 중 입은 위해’로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인정받는다. 공무상 사망은 사무실 등 일반 근무 중에 숨진 경우다.

인사혁신처는 말벌퇴치 작업을 위험직무로 볼 수 없고 당시 이 대원이 보호복을 입지 않고 현장을 벗어 낫기 때문에 이 대원의 사망을 ‘순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족과 소방본부측은 인사혁신처의 이런 결정이 119 구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산청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서에서는 화재진압뿐만 아니라 구조·구급활동이 많다. 사고 당시는 추석을 앞두고 벌집제거 신고가 몰렸던 시기”라며 “요즘에는 독성이 강한 외래종 말벌이 많고 제때 응급 처치를 못하면 호흡곤란까지 겪기 때문에 말벌퇴치 작업은 위험요소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직심사는 이의신청으로 인한 재심사 절차가 없다.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행정심판·소송을 할 수 있지만, 행정심판·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의례적으로 항소해 온 혁신처의 그간의 모습들로 비춰볼 때 순직 여부가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대원의 유족은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 대원의 장례식 때 들어온 위로금 1000만원을 지역인재육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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