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 아동, 2년간 학교 안 갔는데 아무도 몰랐다

학대피해 아동, 2년간 학교 안 갔는데 아무도 몰랐다

입력 2015-12-21 21:23
수정 2015-12-21 21:2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아버지 전입신고 안 해 관리 시스템 벗어나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아버지의 학대에 시달리다가 집 세탁실에서 혼자 탈출한 초등학생이 2년간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이웃 등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전학 절차를 해당 부모가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일이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의무교육 대상자인 초등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이를 규제할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21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자 A(11)양은 경기도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2012년 2학년 1학기를 다니던 중 갑자기 학교를 그만뒀다.

이 초등학교는 A양이 며칠째 학교에 나오지 않자 관련 법에 따른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25조는 초등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을 하면 학생의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읍·면·동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교육장은 이를 다시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교육감은 해당 학생이 학교에 다시 다니는지 수시로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당시 학교 측은 A양이 계속 결석하자 담당 지방자치단체에 가정 방문을 요청했지만, A양은 이미 이사한 뒤여서 더는 관리의 끈을 이어가지 못했다.

A양은 부친과 함께 2013년 인천시 연수구의 한 빌라로 이사를 온 이후 2년 동안은 사실상 의무교육법의 테두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방치됐다.

A양은 이달 12일 집 세탁실에서 홀로 탈출해 경찰에 인계되기까지 2년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학대를 당했고,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질병이나 발육 상태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초등학생은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같은 법 시행령 21조는 초등학생 자녀가 주소 이전으로 전학할 경우 보호자는 재학 중인 학교와 전학하려는 학교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A양의 부친은 부천의 초등학교에 전학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인천으로 이사한 뒤에는 전입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학할 학교장이 전입신고를 통해 A양의 주소 변경을 확인한 뒤 이전 학교에서 건강기록부를 전달받는 등의 절차가 모두 사라졌다.

의무교육을 방해받는 학생의 보호자에게 취학이나 출석을 독촉할 자격이 있는 읍·면·동장이나 교육감도 방치된 A양의 존재를 알지 못해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고, 부모도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취학 시기가 아닌 중간에 학교를 갑자기 그만두는 과정에서 관련법에 규정된 관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