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현장을 가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어요. 표현하기 힘든 뭔가가 있기 때문이지요. 한치의 오차 없이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어서 긴장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깁니다.”![지난 14일 경북 청송 얼음골에서 막을 올린 국제산악연맹(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남자 속도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빙벽 꼭대기를 향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속도 경기는 직벽으로 된 높이 12m의 인공 얼음벽을 올라 순위를 정한다. 청송 연합뉴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1/15/SSI_20120115183412.jpg)
청송 연합뉴스
![지난 14일 경북 청송 얼음골에서 막을 올린 국제산악연맹(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남자 속도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빙벽 꼭대기를 향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속도 경기는 직벽으로 된 높이 12m의 인공 얼음벽을 올라 순위를 정한다. 청송 연합뉴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1/15/SSI_20120115183412.jpg)
지난 14일 경북 청송 얼음골에서 막을 올린 국제산악연맹(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남자 속도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빙벽 꼭대기를 향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속도 경기는 직벽으로 된 높이 12m의 인공 얼음벽을 올라 순위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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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랭킹 20위권 모두 포함 23개국 120명 출전
경북 청송군 부동면의 얼음골에 높이 63m, 폭 100m의 거대한 빙벽이 세워졌다. 청송군에서 며칠째 양수기를 동원해 절벽에 물을 흘려보내 만들었다. 한여름에도 약수물이 얼 정도로 추운 얼음골은 국제산악연맹(UIAA) 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 개최지로 손색이 없었다. 세계랭킹 20위권 선수들이 모두 출전, 23개국 120여명이 높이 12~18m의 경기벽에 올라붙었다.
화장기 없이 나이보다 앳돼 보이는 외모의 난이도 부문 세계여자랭킹 3위인 신윤선(31·노스페이스)이 연두색 털모자를 쓴 채 경쟁자들의 예선 경기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2008년 루마니아월드컵에서 깜짝 우승했던 그녀는 “홀드(난이도 경기벽 발판에 박힌 구멍난 인공돌)가 불안해 정상에 오르기 힘들다. 아이스바일(빙벽을 찍는 얼음도끼)의 날 끝을 고정시키기 힘들 만큼 홀드가 너무 미세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니나 다를까. 10분 안에 정상에 오르는 난이도 경기에서 장기현이 홀드 때문에 추락했으나 확보(밑에서 로프를 잡아 주는 안전요원)가 로프를 끝까지 잡고 지탱해 줘 간신히 큰 부상을 모면했다. 난이도 경기벽의 정상에 로프를 걸고 홀드를 찍는 선수는 손꼽을 정도였다. 관중들은 탄식을 내뱉다 박수와 환호성으로 선수의 기를 살려 줬다.
“밑에서 보면 신기하고 묘기 부리는 것 같잖아요. 선수들은 매일 7~8시간 인공암벽을 타요. 다들 날씬하고 호리호리하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은 기본이고 턱걸이 등을 해 팔 힘이 장난 아니다.”라고 말하는 신윤선의 입술이 부르트고 칼에 베인 듯 찢겨 있었다. 입에 아이스바일을 물고 빙벽을 오르는 탓이다.
암벽 등반을 즐기다가 2005년부터 아이스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어릴 때부터 온갖 운동을 즐겼지만 이것만큼 매력적인 레포츠는 없었다고 했다.
“체력적·심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을 때 세상이 너무 작게 보여요.”
![신윤선 연합뉴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1/15/SSI_201201151835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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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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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남자랭킹 1위인 같은 팀의 박희용(29)은 “불균형한 얼음을 깨면서 올라가고 스텝을 밟으며 루트를 만드는 창조적인 레포츠”라며 “아직 어린 선수들에게 활성화되지 않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개막 첫날인 14일 속도 경기에서는 이반 스피친(남), 빅토리아 샤발리나(여) 등 러시아 선수들이 1~3위를 휩쓸었다. 박희용은 15일 난이도 결승에서 13.210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금·은메달은 러시아 형제 선수 막심 토밀로프와 알렉세이 토밀로프가 차지했다. 신윤선은 아쉽게 5위에 머물렀다.
청송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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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난이도 경기는 높이 18m, 경사 90∼180도 빙벽의 정상을 10분 안에 오르는데 완등률이 20%밖에 되지 않는다. 완등자가 여럿이면 빨리 오른 선수가 우승한다. 속도 경기는 높이 12m, 경사 90도 빙벽을 빨리 오르는 선수가 우승한다. 국제산악연맹(UIAA)이 2002년부터 주최하고 있다. 겨울올림픽 시범종목 채택 움직임이 있다.
2012-01-1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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