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공무원 궁사 ‘태극마크’ 맞혔다

휠체어 탄 공무원 궁사 ‘태극마크’ 맞혔다

김승훈 기자
입력 2017-03-08 23:04
수정 2017-03-09 00:3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김범철씨

금천구 근무… 세계선수권 나서
실업팀 선수들과 경쟁 끝 선발
“취미 넘어 삶의 활력소 선사”
김범철 주무관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양궁장에서 양궁 연습을 하고 있다. 금천구 제공
김범철 주무관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양궁장에서 양궁 연습을 하고 있다.
금천구 제공
“몸이 힘들어 꿈을 포기하는 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꿈에 이르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보람도 큽니다. 원하는 것을 찾고 이뤄 나가는 과정을 즐겼으면 합니다.”

장애를 딛고 장애인양궁 국가대표 선수가 된 김범철(54) 서울 금천구 민원여권과 주무관의 얘기다. 김 주무관은 오는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장애인양궁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4차례 참가, 컴파운드 W1 부문에서 3위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김 주무관은 8일 “취미로 시작한 양궁이 삶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꿈이 됐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목을 다쳐 하반신 불구가 됐다. 팔만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뿐 걷지 못하게 됐다.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절망에 빠져 세상과 단절하고 10년 넘게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긴 어둠의 터널 속에서 하나의 길이 보였다. 공무원이 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1993년 공직에 입문했다.

공직생활 11년차에 접어들던 2004년,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운동을 다시 하고 싶었다. 주말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양궁을 택했다. 주중엔 일하고 주말이면 양궁장을 찾았다. 처음엔 국가대표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성적이 좋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일대일 경기가 늘면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적도 좋아 여러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국가대표가 돼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금천구 관계자는 “실업팀 선수들도 다수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 순위권 안에 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귀띔했다. 김 주무관도 “연습량이 부족해 실업팀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 주무관은 다음달 경기 이천의 장애인선수촌에 입소한다. 그는 “선수촌 입소 기간 동안 제 일을 나눠서 하게 될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미안한 만큼 훈련에 집중해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7-03-09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