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 특급호텔 A380] 에어버스 대형화 vs 보잉 첨단화… 치열한 ‘하늘 싸움’

[하늘 위 특급호텔 A380] 에어버스 대형화 vs 보잉 첨단화… 치열한 ‘하늘 싸움’

입력 2011-06-13 00:00
수정 2011-06-1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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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항공기의 세계

1968년 9월 30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북쪽 에버렛의 공장문이 열리자 거대한 비행기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관람객들은 크기에 압도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 항공업계의 주력기는 보잉의 707과 더글러스의 DC8. 이보다 3배 이상 큰 대형기가 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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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보잉747’ 장거리 대형 수송 물꼬

이듬해 2월 9일 첫 비행에 성공한 이 항공기는 그동안 초대형기의 대명사로 불려온 보잉 747이다. 거대한 코끼리를 연상케 한다고 해 ‘점보’라는 애칭이 붙은 747의 등장은 장거리 대형 수송의 길을 튼 항공업계의 일대 혁명이었다. 제작에 7만 5000장의 도면과 1100종의 부품이 필요했고, 동체 길이 70m에 승객 490명, 승무원 38명을 태울 수 있었다. 50년대 말 개발된 기존 항공기의 최대 탑승 인원은 200여명이 고작이었다.

이로부터 40여년이 흐른 지금 21세기의 하늘은 다시 거대 항공기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1970년 유럽의 다국적 기업으로 세워진 에어버스가 A380이란 슈퍼 여객기를 내놓으면서 대형민간항공기(LCA)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보잉의 이니셜을 딴 ‘B’ 시리즈와 에어버스의 이니셜을 딴 ‘A’시리즈가 하늘의 지배권을 놓고 경쟁 중이다.

●에어버스 2005년 ‘하늘의 호텔’ A380 선봬

에어버스는 세계 항공 수요가 급증하자 ‘하늘의 호텔’이라는 A380을 2005년 선보였다. 400석 안팎이던 B747보다 훨씬 큰 500석대의 항공기를 개발한 것. 에어버스는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으로 초대형 항공사가 등장하면 항공사들이 대륙별로 허브공항을 두고 한꺼번에 많은 여객과 화물을 실어나를 것으로 예상했다. 에어버스는 A380에 올인했다. 현재 에미리트항공, 싱가포르항공, 에어프랑스, 콴타스항공 등이 운용 중이며, 국내에선 2009년 12월부터 에미리트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에 투입했다.

보잉의 전략은 엇갈렸다. 초대형 항공사 대신 세계 각국에서 도시와 도시만 연결하는 중소형 항공사가 우후죽순 나타날 것으로 보고, ‘꿈의 비행기’(드림라이너)로 불리는 300석 안팎의 787 개발에 주력했다. 보잉은 이니셜 B에 백과 일 단위에 7을 붙인다. 중간 숫자가 클수록 신형이다. 747보다는 787이 신형인 셈이다. B787은 기존 B747이나 B777보다 작은 대신 항공기 동체 소재를 친환경 명품으로 꾸몄다. 복합재 비중을 50%로 늘려 연료효율은 777기종보다 20%가량 높아졌다.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전일본공수(ANA)로의 첫 인도 시점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보잉은 드림라이너만으로 A380의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고심 끝의 선택은 747의 부활. 보잉은 올 2월 13일 기존 에버렛 공장에서 747-8을 선보였다. 1988년 747의 개량기종인 747-400을 발표한 지 23년 만이다. 1990년대까지 세계 항공산업을 쥐락펴락하던 보잉은 2000년대 들어 에어버스에 세계 1위 자리를 위협받는 상태다.

B747-8은 동체 길이 76m에 최신 GE제넥스 엔진을 장착, 467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0.86으로 쉬지 않고 1만 4815㎞를 날 수 있다. 보잉 관계자는 “항공사의 주 수익원은 (비즈니스석 등의) 프리미엄 고객”이라며 “A380보다 다소 작지만 연료 효율은 10% 이상 높아 고유가 시대의 가장 이상적 크기”라고 강조했다.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들의 경쟁에 항공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대형 기종을 앞세운 에어버스나 첨단소재로 무장한 보잉 모두 상반된 전략을 쓰는 듯 보이지만 실제 노리는 바는 똑같다.”면서 “조금이라도 많은 승객이나 화물을 최소한의 연료로 운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11-06-1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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