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금융권 준법감시인과 감사 ‘밥그릇 싸움’

[경제 블로그] 금융권 준법감시인과 감사 ‘밥그릇 싸움’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5-06-16 00:10
수정 2015-06-16 02:5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금융 개혁이 성공하려면 우선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이나 동양사태 같은 큰 사고가 나선 안 된다. 뒤처리에 발목 잡혀 정작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규제를 오히려 걷어 내야 하는 상황이라 ‘자율적 책임경영’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려면 금융사 스스로의 내부 통제가 필수적이다.”

한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입니다. ‘집안 단속’이 잘 돼야 금융 당국도 채찍 위주의 제재식 검사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게 전폭 지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자율적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인 ‘준법감시인’ 역할 강화가 쉽지만은 않다고 하네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은행권 준법감시인 현장 간담회’를 열었을 때도 이런 분위기는 이미 감지됐습니다. 준법감시인들은 “권한이나 역할이 애매해 ‘고유 업무’를 잘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네요. 준법감시인은 통상 금융사 직원들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상시 통제·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입지가 모호한 상황에서 조직 ‘넘버 2’인 감사의 눈치를 보느라 활발히 활동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이 때문에 문제 발생 억제보다는 정보 수집부터 대관 업무 등 안팎의 잡다한 겸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준법감시인들은 “직원들의 불공정 행위를 잡아내려면 상시 검사도 하고 사후 감사까지 할 수 있어야 유기적으로 전후 원인을 파악해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감사들은 지금도 업무가 중복되는데 검사 권한까지 주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합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결국 밥그릇 싸움인데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아 두 달이 다 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준법감시인들은 6월 국회에 기대를 겁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에는 은행이 사외이사 구성부터 준법감시인 등 각각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지금보다 준법감시인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봅니다.

물론 금융사는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감사든, 준법감시인이든 입김이 세지면 결국 시어머니 ‘말발’만 더 세지는 셈이니까요. 그들만의 영역 다툼 속에 금융사 내부 단속이 늦어지면 금융 개혁도 요원해집니다. 갑(甲)들의 밥그릇 싸움 말고 현명한 역할 분담을 기대해 봅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5-06-16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