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개국 중 24위 겉보기에만 ‘선방’
기술·경제 조건 좋지만 대기업 쏠림지수하락은 경제성장 정체의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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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과 관련된 대표적 학자인 미국의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를 ‘기술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다소 모호한 개념이지만 창조와 혁신을 추구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창업·경영인의 정신을 의미한다.
기업가정신 지표를 발표하는 기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는 지난해 말 ‘2018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GEI)를 발표하며, 한국이 54점(%)을 받아 조사 대상 137개국 중 2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은 점수이며, 매년 조금씩 상승해 지난해보다 3계단 순위가 올랐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사이에서 비교하면 20위로 중하위권에 머무른다.
세부 점수를 보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제품과 생산공정 혁신 등은 각각 95점, 100점으로 만점에 가깝다. 창업기술(77점), 관계형성(77점), 기술흡수력(67점), 창업 자금의 원천이 되는 모험자본(58점) 등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회 인식이 46점으로 매우 낮고, 국제화(32점)와 경쟁(32)은 낙제 수준이다. 반기업 정서 같은 문화적 요인은 27점으로 최악이다.
기술적인 수준과 경제적 조건은 좋은데, 대기업이 좋은 창업 아이템을 모두 선점하고 있어 기회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낮은 경쟁 점수는 실제로 독과점과 골목상권 침해 때문에 시장에 경쟁 요소가 적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국민이 기업에 갖고 있는 인식이 긍정적일 수 없다.
암웨이가 지난 3월 발간한 글로벌기업가정신보고서(AGER) 역시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암웨이가 매기는 기업가정신지수(AESI) 39점을 받았다. 전년보다 9점이나 하락했고, 44개 조사 대상국 중 33위에 그쳐 10계단이나 내려갔다.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시아 평균 61점엔 물론이고 세계 평균 47점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기업가정신은 미래 경제성장 가능성을 점치는 선행 지표로 평가된다. 기업가정신이 떨어지면 장차 경제 성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8-05-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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