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관 대기업 파견은 시대착오 발상

[사설] 외교관 대기업 파견은 시대착오 발상

입력 2011-04-26 00:00
수정 2011-04-26 00:2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외교통상부가 외교관을 대기업에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외교 일선에서 축적한 경륜과 노하우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외교와 비즈니스를 접목해서 현 정부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외교를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이런 방식이 기업들에 무슨 도움이 될지 솔직히 의문이다. ‘기는 외교부’가 ‘나는 기업’을 위해 외교관을 보내겠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외교부에 있으면서 해야 할 일을 찾는 게 낫다.

외교통상부는 무보직 상태인 공관장 출신 가운데 통상교섭본부 근무 경력을 가진 인물을 선정해 파견할 방침이라고 한다. 무역협회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보내고, 대상 기업은 포스코와 STX그룹 등이며, 파견 규모는 2명, 시기는 다음 달이 될 것이라는 등 꽤 진척된 단계인 모양이다. 정부와 기업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는 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무보직 고위 공무원이 갈 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관치 비즈니스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현 정부 들어 관치 논란이 적지 않은 터여서 더욱 그러하다. 실질적인 차원에서 따져 본다고 해도 별로 이득이 될 것 같지 않다. 고위 공무원이 기업에 가서 어떤 직급을 맡을 것인지, 임직원처럼 일할 것인지, 고문관 역할을 할 것인지 등을 놓고 서로가 껄끄러운 측면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포스코나 STX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비즈니스에 관한 한 나름대로 국제 경쟁력을 축적해 가고 있다. 이 점에서 외교관들이 우위에 있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국제시장을 뚫으려고 해외 공관을 찾던 것은 1970~1980년대의 모습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외교부는 시대 흐름과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여 왔다. 인사 잡음은 쉴 새 없고, 상하이 추문 등 갖가지 스캔들이 줄을 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부를 향해 끊임없이 혁신을 주문했지만 아직은 가시적 성과가 안 보인다. 외교관의 대기업 파견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더 걱정되는 이유는 외교부에 있다. 민(民)에 군림하는 관(官)의 습성을 털어낸 뒤에야 생각해 볼 일이다.
2011-04-26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