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대주주 “포퓰리즘” 비난…르몽드 “편집권 개입 말라” 맞서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최근 HSBC의 고객 탈세방조 보도와 관련해 대주주와 편집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르몽드 대주주가 자사 보도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난하자 회사와 편집진은 편집권에 개입하지 말라면서 맞서고 있다고 르피가로 등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르몽드 대주주 가운데 한 명인 피에르 베르제는 HSBC 보도와 관련해 최근 라디오방송 RTL과 인터뷰에서 “르몽드가 밀고자처럼 행동하고 사람(HSBC 고객)들을 늑대(정부 당국)에게 던졌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르몽드는 세계 굴지의 은행인 HSBC의 PB(개인자산관리) 사업부 내부 문서를 입수한 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분석해 HSBC가 10만여 부자 고객의 대규모 탈세를 방조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베르제는 “사람들의 이름을 늑대에게 던져 주는 것이 신문의 바른 역할이냐”면서 “그것은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 밀고자처럼 행동하는데 이런 자유를 지키려고 내가 대주주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유명 의류 디자이너인 고(故) 이브 생로랑의 동성 연인이었으며 의류 사업가인 베르제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2010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르몽드의 대주주가 됐다.
베르제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질 반 코트 르몽드 사장은 “르몽드 윤리헌장을 보면 주주는 기사 편집 방향에 대해 어떤 발언권도 없다”면서 르몽드 편집권은 독립돼 있다고 강조했다.
르몽드 편집진도 “베르제가 르몽드 기자를 공격한 것을 개탄한다”면서 “이번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HSBC 보도가 르몽드로부터 시작됐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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