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위축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5∼1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9년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데 저물가가 부담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미국의 실업률은 5%에 불과해 완전고용에 가깝지만 물가상승률은 1% 미만으로 연준의 목표치인 2%에 훨씬 못 미친다. 고용시장이 활력을 찾았는데도 인플레이션은 예상과 엇갈린 모습을 보이자 연준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연준은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WSJ는 연준이 지난 4년간 같은 전망을 해왔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번에도 연준이 틀렸다면 금리를 지나치게 일찍 올린 것으로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지나치게 낮으면 임금이 잘 올라가지 않고 빚을 갚기도 더 어려워진다. 중앙은행들로서는 매우 낮은 인플레 상황에서는 금리도 낮아서 경기 침체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없다.
인플레 상승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있지 않은 이상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려는 연준 내 목소리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달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목표를 합당한 시일 안에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인플레가 너무 오랫동안 너무 낮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2% 수준으로 안정적이었다. 물가는 1992∼2007년 연평균 2.038% 올랐으며 임금 역시 완만하게 상승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중앙은행의 자신감은 위축됐다. 세계 주요국의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경제는 1년 전보다 1.9% 성장했지만 물가상승률은 0.1%에 그쳤다. 같은 기간에 영국은 경제성장률이 2.3%인 반면, 물가는 0.1% 하락했다. 일본은 0.3%의 인플레이션과 1.1%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미국은 물가가 0.2% 상승하고 국내총생산은 2.2% 증가했다.
변동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더라도 미국의 근원 물가는 1.3% 수준에 불과하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인터뷰에서 정부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의회에 물가 목표 달성 실패의 책임을 돌린 바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노령화가 낮은 인플레의 요인이라는 이론도 부상했다. 시라카와 마사키 전 일본은행 총재는 자금 공급이 급증할 때에만 인플레가 가능하다면서 노령화가 인플레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15∼64세 인구는 1990년대 중반 8천700만명에서 올해 7천700만명으로 1천만명 감소했다. 이는 주택과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인구가 줄었다는 것으로 수요와 물가를 끌어올릴 능력이 제약받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코노미스트 3명도 지난해 시라카와 전 총재의 이론을 받아들이면서 “노령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크다”고 했다. 이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노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가 있는 다른 나라에도 해당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존 포스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전통 관념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9월 저물가가 노동시장 약세의 결과라면서 곧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가 근거로 삼은 1950년대 A.W. 필립스의 이론은 현재는 설득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많다.
필립스의 유명한 ‘필립스 곡선’은 임금이 오르면 실업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10%에서 지난 10월 기준 5%로 떨어졌는데 물가상승률 역시 내려갔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장은 글로벌 경제 때문에 필립스 곡선이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연구자들도 중국 등 저임금 국가와의 경쟁이 미국의 임금 인상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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