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의 일상화”…베네수엘라, 최악 식량난에 약탈·폭동 빈발

“배고픔의 일상화”…베네수엘라, 최악 식량난에 약탈·폭동 빈발

입력 2016-06-20 14:19
수정 2016-06-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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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간 50건의 소요 사태…“마두로식 다이어트” 비꼬는 시민도

베네수엘라의 20대 청년 가브리엘 마르케스(24)에게 극심한 배고픔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딴 나라 얘기였다.

마르케스는 석유 시장이 호황을 보인 시기에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서 자랐다. 나라가 부유했던 때 성장한 그에게 지금처럼 먹을 것을 찾으려고 사람들이 쓰레기를 뒤지거나 생필품 부족으로 가게의 선반이 텅텅 비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마르케스는 “과거 카니발에서 재미로 서로서로 달걀을 던지기도 했는데 이제는 달걀이 금처럼 (귀한 존재로) 변해 버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마르케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에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벌이는 약탈과 폭동이 일상적인 현실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일 머니’로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호령하던 베네수엘라가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은 유가 추락이 본격화한 2년 전부터다.

2년가량 저유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수출의 95%를 석유에 의존한 베네수엘라의 경제도 망가졌다.

재정 수입은 줄고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베네수엘라 국민은 각종 생필품과 의약품마저 살 수 없는 혹독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저유가 직격탄에 더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외환 및 가격 통제로 경제 위기를 부채질했다

다섯 자녀를 둔 레이디 코르도바(37·여)는 지난 16일 저녁 정육점에서 싼 가격에 겨우 구한 닭 껍질 등으로 수프를 만들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식사였지만 전날 오후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한 가족들에겐 그나마 먹을 것이 있다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코르도바는 배가 고프다고 얘기하는 자녀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저 참으라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NYT는 “베네수엘라 시민에게 언제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었는지 물어본다면 많은 사람이 ‘오늘은 아니다’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료품이 귀하다 보니 가족 가운데 누가 먹을지를 정하는 가정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여성은 “우리는 지금 ‘마두로 다이어트’를 하며 살고 있다”며 비꼬았다.

시몬 볼리바르대학의 최근 생활 수준 조사에서는 돈이 없어 먹을 것을 충분히 구하지 못한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87%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왔다.

국민의 72%가 월급을 단순히 음식을 사는 데 다 쏟아붓는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극심한 식량난은 가게 약탈과 폭동으로 이어졌다.

최근 2주간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50건가량의 폭동과 시위, 약탈이 있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쿠마나 시의 라이벨리스 엔리케스(19)는 “먹을 게 없다면 더 많은 폭동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을 놓고 벌인 범죄 조직간 다툼에 총을 맞은 4살 여아가 숨지는 등 식량 폭동으로 최소 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지만 마두로 행정부는 약탈과 폭동의 배후에 야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결탁한 기득권 우파 기업들이 일으킨 ‘경제 전쟁’ 탓에 식품과 생필품 등이 부족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NYT는 “식품 공급 차량을 향한 약탈 공격이 이어지면서 식품 공급에 무장 경비원이 동원되고 있다”며 “군인들이 길거리에 깔렸고 식품 가게를 터는 군중들에 경찰이 폭동 진압용 고무탄을 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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