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 훔친 ‘샤넬’ 파헤친 책 두 권

女心 훔친 ‘샤넬’ 파헤친 책 두 권

입력 2011-09-17 00:00
수정 2011-09-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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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넘버 5】틸라 마체오 지음 미래의창 펴냄【샤넬 전략】나가사와 신야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한국이 157년쯤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을 들이면 루이뷔통 같은 강력한 브랜드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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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인천공항에 면세점 매장을 낸 이브 카셀 루이뷔통 회장의 말이다. 루이뷔통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샤넬의 전략을 파헤친 책 두 권이 나왔다. 지역사회 공헌에 인색하고 지극히 제한적인 소통만을 하는 이들 프랑스 브랜드는, 국제적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1위인 루이뷔통의 브랜드 가치는 216억 200만 달러, 3위 샤넬은 63억 5500만 달러로 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샤넬 전략’(이수미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의 편저자로 참여한 나가사와 신야는 일본 와세다대 교수로 ‘그래도 강하다, 루이뷔통의 비밀’ ‘루이뷔통의 법칙’ 등을 쓴 바 있으며 샤넬의 경영 수법은 루이뷔통에서도 벤치마킹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1910년 코코 샤넬(1883~1971)이 파리 캉봉 거리에 모자점을 내면서 시작된 샤넬은 루이뷔통과 기업의 성격이 판이하다. 루이뷔통,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50여개 브랜드를 소유한 복합기업 LVMH와 달리 샤넬은 독립계 기업이자 비공개 기업이다.

나가사와 교수는 “화려한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제조 기업, 기술 경영 기업으로 소박하고 착실하게 운영된 샤넬의 전략은 모든 기업에 참고될 만하다.”고 소개했다.

샤넬의 100% 단독주주는 베르타이머 형제다. 창업자 샤넬과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베르타이머 형제는 ‘대단히 소극적이고 매스컴 앞에서 수줍음이 많은 형제’로 알려졌다. 동생 제라드는 스위스에서 시계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미국 뉴욕에 있는 형 알랭이 샤넬사 전체를 맡고 있다.

사냥, 경마, 스키, 와인, 미술품 등에 흥미가 있는 베르타이머 형제는 거의 외식을 하지 않으며 뉴욕에서도 점심은 주로 5번가 사무실의 사원 식당에서 해결하고 지하철도 자주 이용한다. 저자는 이들 형제가 부호지만 화려함보다는 대중적 세계에도 시선을 돌릴 줄 안다는 점에서 일하는 여성을 위한 패션을 만든 코코 샤넬과의 공통점을 찾는다.

베르타이머 일가는 원래 향수·화장품 회사 ‘부르조아’의 소유주로 1923년 도빌의 경마장에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의 창립자 소개로 샤넬과 만나게 된다.

‘샤넬 넘버 5’(틸라 마체오 지음, 손주연 옮김, 미래의창 펴냄)는 “코코 샤넬의 상실감과 그녀의 삶,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쏟아부은 결정체인 향수를 회사 수익의 10%만 받기로 하고 베르타이머 일가에 넘긴 것은 감정적으로 복잡했겠지만 사업적 측면에선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샤넬 향수는 세계적인 대 히트작이 됐다.

삽화가 조르주 구르사는 1923년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 된 샤넬 향수에 대해 심술궂고도 통렬한 메시지를 담은 그림(삽화)을 선보인다. 그림은 러시아 망명 귀족을 재봉사로 고용한 샤넬이 소파에 한가로이 앉아 있는 모습을 각진 향수병 안에 담았다. 이 삽화는 카바레 가수 출신에다 불륜 행각을 벌인 샤넬을 비꼬았으며, 그녀가 졸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렸다.

코코 샤넬의 ‘영혼의 물방울’ 같기도 한 향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심지어 군부대 PX에서도 판매되면서 세계적 베스트셀러에서 ‘기막힌 문화적 기념비’가 된다.

에르메스나 루이뷔통처럼 왕족이나 귀족을 위해서 탄생한 브랜드가 아니라 가난한 한 여성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빈손으로 일군 브랜드인 샤넬은 독립 비상장 기업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켰다.

샤넬의 경영전략은 독특하면서도 혁신적이었는데 1920년대에 이미 직원 복지제도를 도입했다. 샤넬 여사는 시골에 직원용 숙소를 지어 재봉사들에게 유급 휴가와 이등석 열차표를 제공했다. 직원들의 의료비도 부담해 자부심과 긍지를 높였다. 지금은 직원 전용 패션쇼를 따로 개최해 자신이 맡은 작품을 고객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자신감도 북돋워주고 있다.

원가의 10~12배가 넘는 값에 샤넬 가방을 살 때 여성뿐 아니라 사주는 남성들도 “왜 명품이란 이유만으로 폭리를 취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샤넬은 이미 비싼 값임에도 최근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려 지탄의 대상이 됐다. 두 책은 샤넬이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절대 가치를 창출해 냈다고 분석했다.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루이뷔통 회장의 말이 100년 역사의 브랜드가 거의 없는 우리로서는 고깝지만 뼈아프다. ‘샤넬 전략’ 1만 3800원, ‘샤넬 넘버 5’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1-09-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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