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醫 출신 환자의 한숨
한때 잘나가던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였던 B(34)씨. 그도 프로포폴의 저주에 걸려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는 처지가 됐다. 의사면허도 정지된 채 현재 경남의 한 마약·알코올 중독 전문 치료병원에 수용돼 있다. 불면증과 외로움에 못 견뎌 200 8년부터 프로포폴에 손을 댄 그는 생명까지 잃을 뻔한 적도 여러번이나 된다. 약에 취한 상태로 자신이 직접 하루 동안 30여병씩 주사를 놓다가 지혈이 안 된 상태로 잠들어 방이 피바다가 된 적도 있다. 또 약기운에 그대로 불켜진 향초에 얼굴을 박고 쓰러져 안면에 3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살이 타들어가는데도 좋더라. 스멀스멀 퍼지는 쾌감이…. 정신차리고 보니 정말 내가 미쳤다는 생각이 들어 입원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그는 의료진 중독이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합법적이고 손쉽게 약을 구해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간호사한테 직접 놔달라고 애걸하는 의사들도 봤다. 오히려 유흥업소 아가씨보다 의료진 중독자가 몇십배는 더 많을 것”이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나중엔 인근 병원에 전화해 지금 수술하는데 약 좀 빌려 달라고 여기저기 미친 듯이 연락하는 지경까지 갔다.”면서 “현재 프로포폴 맛을 못 잊어 알코올중독으로까지 번졌다. 정말 악마같은 약”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0-09-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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