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ㆍ베이징ㆍ제3국 등이 개최 후보지
북한이 이르면 금주 중으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자고 우리 정부에 제의해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북 당국간 비핵화 회담이 어떤 모습으로 열릴지 주목된다.남북이 핵을 의제로 회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남북 핵통제공동위원회 회의가 수차례 열렸다.
2003년 8월 6자회담이 개최된 이후에는 회담기간 남북 수석대표간 접촉이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6자회담이 중단된 기간에 남북 수석대표간 회담이 열리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6자회담 재개의 물꼬를 트는 시발점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시기와 장소, 의제, 급 하나하나가 중요한 외교적 함의를 띨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그만큼 남과 북이 대화테이블에 앉기까지 신경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어떻게 제의해오느냐가 회담의 형식과 내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북한의 반응을 지켜본 뒤 회담의 의제와 형식을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4末5初’ 개최 가능성 = 회담은 4월말 또는 5월초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26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국가수반 4명의 방북 이벤트가 끝난 이후 대화재개 흐름의 동력을 살려내기 위해 비핵화 회담을 개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더욱이 북한이 이번주 회담을 제안해오더라도 구체적인 장소, 의제 등을 놓고 남북이 이를 실무적으로 협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달 내 성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판문점ㆍ베이징 또는 제3국 = 회담 장소를 놓고는 남과 북 사이에 신경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중국과 ‘교감’ 아래 이번 비핵화 회담이 북미대화와 6자회담으로 가는 절차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6자회담의 개최장소인 베이징(北京)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측은 이번 대화가 핵을 주제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 당국간 대화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판문점을 택하자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서는 입장을 절충해 베이징이나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천안함ㆍ연평도’-’비핵화’ 분리될 듯 = 회담 의제는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을 비롯한 포괄적인 핵문제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ㆍ연평도 문제가 6자회담 재개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연관적 변수라고 밝혀왔으나 이번 비핵화 회담에서 이를 의제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북미중이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으로 회담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는데다 자칫 6자회담 재개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칠 공산이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아직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의 의제화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위성락-김계관 대좌 = 회담 주체는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은 6자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우리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그동안 군사실무회담, 적십자회담 등 각종 남북회담을 제의할 때 수석대표 명의로 전통문을 보냈다.
이는 남측 통일부-북측 통일전선부의 기존 남북채널이 아니라 북한 외무성과 남측 외교부가 처음으로 대화채널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제1부상이 지난해 9월 북한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제1부상으로 승진했기 때문에 리용호 부상이 수석대표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