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요구 최저임금 74달러 수준에 맞춰 납부한 기업도 있는 듯
정부는 3월분 북한 근로자 임금을 납부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49곳으로 파악됐다고 8일 밝혔다.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 전체(12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금 납부 기업은 49곳을 파악됐다”며 “납부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거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개성공단 임금지급 시한인 지난달 24일 임금 납부 기업이 18곳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추가 조사과정에서 31개 기업이 임금을 납부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임금을 납부한 49개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모두 우리 정부 방침에 따라 기존 월 최저임금 70.35달러 기준으로 북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했다고 남측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5개 기업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인상한 월 최저임금 74달러 기준 차액에 대해 연체료를 낼 것을 확인하는 담보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보서에 서명하지 않은 기업 중에도 가급금(야근수당 등), 장려금, 상금 등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월 최저임금 74달러에 맞춰 임금을 지급한 곳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부는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남측 관리위에는 종전 최저임금인 70.35달러 기준으로 납부했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임금 총액을 지불한 사례도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측 법인장이 사인해서 관리위에 제출하고 북측 종업원 대표가 사인해서 (북측 세무서에) 내는데 (샘플을 하나 입수해서 보니) 총액은 같지만 내역이 다르다”며 “북측은 자신의 최저임금 대장에 74달러로 기재했고 우리(남측 법인장)는 기본노임(최저임금)을 70.35달러로 기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이 왜 담보서도 안 받고 접수했겠느냐. 자기 기준으로 계산해서 받은 것 아니냐. 정황적으로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북한이 요구하는 담보서에 서명하지 말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인상한 최저임금도 인정하지 말라는 방침을 전달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임금을 납부한 49개 기업이 (정부 방침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 될 것이냐는 예단할 수 없다”며 “의도적으로 정부 방침을 위반한 사례가 있으면 그에 맞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임금 납부 기업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북측은 (임금을 납부하지 않은 기업에) 이중장부 작성을 요구하고 연체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며 “또 잔업거부나 태업 위협으로 기업을 압박해 임금 납부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남측 관리위에 임금 납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기업을 포함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대부분 임금을 납부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정부는 급여를 주지 말 것을 강요했지만 당장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의 타격은 치명적”이라며 “이미 대부분 업체가 3월분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 상금 등 급여 외 수당의 형태로 보전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남측 관리위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달 18일까지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이후 같은 달 28일까지는 북측이 종전 최저임금 70.35달러 기준으로 임금을 납부하는 우리 기업에 요구하는 담보서 문안에 대한 협의를 했지만 역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북측은 최저임금 74달러 인상을 전제로 차액에 연체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나 남측은 추후 남북이 최저임금 인상에 합의한 이후 차액을 정산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과의 접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북측은 기업에 대한 협박 중단하고 남북 협의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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