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날 공교롭게 정종섭 사의표명으로 ‘대구 물갈이’ 화제 친박들은 ‘대구 변화’ 강조…비박들은 “유승민 키워야”劉, 원유철 이종걸 응접에 ‘온도차’…원내대표 사퇴 파동 뒤끝?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부친 고(故) 유수호 전 의원의 장례식이 10일 엄수됐다.이날 오전 빈소인 경북대병원에서 발인식을 마친 뒤 고인은 유년 시절을 보낸 경북 영주시 풍기읍의 선산에서 영면했다.
장지(葬地)에서 돌아온 유 의원은 다시 요동치는 여권 정치 지형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구라는 지리적 공간을 정치적 터전으로 공유하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놓였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때마다 유 의원은 상징적인 존재로 부각되곤 했다.
이 같은 구도는 지난 8∼9일 유 전 의원의 빈소 안팎에서 이뤄진 ‘조문 정치’에서 한층 극명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유 의원 측에서 집계한 조문객은 여야 현역 의원만 112명. 이들을 포함해 정치인, 전·현직 관료, 법조인 등의 이름이 적힌 방명록은 7권에 달했다.
방명록에 청와대 참모들의 이름은 없었다. 수백개의 조화(弔花)에서도 박 대통령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족은 애초 조화를 사양한다고 공지했고, 다른 의원 중에도 조화를 보내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러나 유 의원과 여야 원내사령탑으로 활동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은 상가에서 “(조화 사양을) 곧이 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유족은 몰려드는 조화를 거절하지는 않았다.
청와대의 조화·조문 여부는 곧바로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일각에선 지난 6월 유 의원을 가리켜 “배신의 정치”라고 힐난했던 박 대통령 노기(怒氣)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
유 의원이 부고(訃告)를 낸 지난 8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공교로움은 더해졌다.
정 장관은 유 의원의 이웃 지역구인 대구 동구갑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곧바로 퍼져 나갔고, 이는 박근혜 정부 각료와 청와대 참모들의 연쇄 출마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유 의원 상가에서 “공천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참신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옆 자리에 앉은 인사와 대화 도중 나온 언급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지만, 발언의 ‘때와 장소’를 고려하면 간단히 넘길 수 없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마침 정종섭 장관을 필두로 친박계로 불리는 인사들의 내년 총선 대구경북지역 출마설이 잇따르면서 유 의원은 물론 김희국, 김상훈 의원 등 유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대구 의원들을 겨냥해 ‘공천 물갈이’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
유 의원을 정계로 입문시킨 이회창 전 총재는 이런 관측에 대해 전날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유 의원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날 김무성 대표도 기자들에게 “유 의원이 어려운 일이 전혀 없다. 유 의원은 우리 새누리당의 아주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하면서 유 의원을 감싸 안았다.
또 유 의원이 접객실로 나와 조문객을 접대한 상대를 놓고도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유 의원은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 대해선 적극 응접한 반면,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조문객을 맞느라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자 원내대표 사퇴 당시의 서운한 감정이 남은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의 측근인 이종훈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상주가 상가에서 보인 행동 하나하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건 경우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유 의원은 윤 의원의 발언도 나중에 전해 들었지만, 이에 대한 반응이나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