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이산가족 근본 해결’, 北 ‘금강산 재개’ 집중 예상통일부 “하루 일정 진행…현안 해결에만 초점 맞출 것”
오는 11일 개성에서 열리는 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남과 북이 어떤 전략으로 이번 회담에 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우선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 해결을 핵심 의제로 제시하되 ‘선이후난’(先易後難) 전략을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와 관련,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상임위원회 합동회의 특강에서 “(북측과) 쉬운 것부터,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 협력과 교류를 이어갈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너무 서두르거나 급하게 하기보다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면서 남북한 협력의 기반을 쌓고자 노력할 것이고 이번 대화도 그런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특강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남북간 실질적 협력을 위한 통로 개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시급한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문제를 먼저 합의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등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은 단계적으로 풀어 가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남측은 격(格) 문제로 무산된 2013년 남북당국회담 당시에도 같은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맞서 북측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일단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핵심 의제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통 큰 결단’과 ‘패키지딜’을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다소 실리적인 접근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북한매체가 연일 금강산 관광 홍보를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북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만 포인트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데 중점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측이 지난달 실무접촉에서 5·24 조치 해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북측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서) 실리를 얻어가는 식의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장 연구위원은 “북측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남측이 정치·안보적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안이어서 충돌이 발생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금강산 문제는 이번에 바로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합의된다 해도 몰수·동결된 금강산 관광지의 남측 자산과 관련한 법적 문제 등 사전에 해결돼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이들 사안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지고, 세부 사항은 다음 회담에서 논의하게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제1차 남북당국회담은 양측 모두 현안 해결에 집중하는 밀도 높은 회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차관급 남북회담은 통상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돼 왔고 유적지나 명승지 등을 둘러보는 ‘참관 일정’도 있었지만, 이번 회담은 개성에서 하루 일정으로 진행되기에 현안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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