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대표자회 연기 ‘침묵’…무슨 속사정 있나

北, 당대표자회 연기 ‘침묵’…무슨 속사정 있나

입력 2010-09-16 00:00
수정 2010-09-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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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9월 상순’에 열겠다고 한 제3차 당대표자회를 별도의 발표 없이 연기해 그 ‘속사정’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조선노동당은 지난 6월 정치국 ‘결정’을 통해 9월 상순 당대표자회를 열겠다고 공표했지만 결국 북한 식으로 매월 15일까지로 해석될 수도 있는 ‘상순’이 다 지나도록 행사를 열지 못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이 이번 당대표자회 소집 발표 이후 당의 위상 제고를 꾸준히 강조해온 점 등으로 미뤄,당 정치국 결정으로 공고된 당대표자회를 흐지부지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다시 말해 당초 개최 시기로 발표한 ‘9월 상순’을 넘긴 만큼 일단 연기된 것은 분명하지만 취소 또는 무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44년만에 소집 공고된 이번 당대표자회에 워낙 많은 관심이 쏠려 있었기 때문인지 북한이 연기 배경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 것을 놓고 다시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국가와 체제의 권위를 중시하는 북한에서 이번과 같은 ‘초특급’ 정치일정이 연기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구체적으로 북한 정권 수립 이후 당대회(전당대회)는 6차례,당대표자회(임시전당대회)는 2차례 열렸고,최고인민회의는 1998년 ‘김정일체제’ 출범 이후에만 15차례 개최됐지만 처음 공고된 일정이 늦춰진 것은 2005년 3월9일에서 4월11일로 늦춰진 최고인민회의 11기 3차 회의가 유일하다.

 게다가 2005년 당시 북한 매체들은 최초 공고일 닷새 전인 3월4일 “대의원들의 제의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결정 형식으로 연기 방침을 외부에 알렸다.

 반면 이번에는 44년만의 당대표자회를 연기하면서도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설명이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아 여러 억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굳이 연기의 전조로 볼 만한 일을 꼽는다면,중앙통신이 15일 오전 태풍 곤파스로 주민 수십명이 사망하고 철도 66㎞가 망가졌다고 전한 정도가 전부다.

 보도 시점이 2주 가량 늦기도 했지만 주민 수십 명이 사망한 사실과 북한의 주요 교통수단인 철도 피해를 부각시킨 보도 내용이 연기의 명분쌓기로 비쳐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당대표자회가 일각의 전언과 같이 수해 때문에 연기됐다기보다 다른 심각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대표적인 ‘심각한 사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다.

 8월 하순 중국 방문 때 보여준 활발한 활동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중차대한 당대표자회를 연기해야 할만한 이유로 그의 ‘건강이상’ 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 후계구도 공식화와 권력 상층부의 재편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만큼 이런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조율이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당대표자회 개최 시기를 공고한 것이 근 3개월 전이어서 만약 북한 지도부의 재편을 둘러싼 잡음으로 이번 회의가 연기됐다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결정적 변수로 보기는 어렵지만 지난달 집중호우와 이달 초 태풍 피해로 민심의 기류가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조선노동당은 당 규약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당대표자회 연기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면서 “당대표자회는 일종의 축제분위기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수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후계자 발표는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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