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예비 미혼모들의 대안학교, 인천 자모원

10대 예비 미혼모들의 대안학교, 인천 자모원

입력 2010-09-27 00:00
수정 2010-09-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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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대안위탁교육기관’…13명의 미혼모 학업 지속

인천시 중구 답동에 자리잡은 120년 역사의 답동성당(사적 제287호)에서 골목길을 따라 50m 정도 걸어가면 ‘인천자모원’이 나타난다.

 4층 규모의 이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특별한 수업’이 이뤄진다.

 미혼모 쉼터인 이곳에서 지난 1일부터 프로그램실 등으로 쓰던 시설 일부를 교실로 바꾸고 교사를 새로 채용,10대 미혼모를 위한 교육시설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앞서 지난 7월15일에는 인천시교육청이 자모원을 전국 최초로 ‘대안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했다.

 자모원이 교육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임신 때문에 학교로부터 자퇴를 종용받거나 스스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던 10대 예비 미혼모들에게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임신한 중.고등학생이 자모원에 입소해 교과과정에 참가하면 다니던 학교에 출석한 것과 동일하게 인정되고 자모원을 나간 뒤엔 복학도 할 수 있다.

 현재 인천자모원에서 수업을 듣는 미혼모는 모두 13명.출산 뒤 학교로 다시 돌아갈 ‘학생 미혼모’가 9명이고,이미 자퇴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업 중단자’는 4명이다.

 이들은 자모원에서 최장 1년 6개월 동안 숙식을 하며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미혼모들은 매주 월~금 오전 10시~오후 4시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 일반 학과과목과 태교,생명교육 등 인성과목 수업을 듣는다.

 18명의 선생님으로부터 1대1에 가까운 수업을 받는데 인터넷 동영상 강의인 ‘잎새방송’도 무료로 청강할 수 있다.

 선생님은 자원봉사자들이며 모든 예산은 자모원이 자체 부담하고 있다.

 인천자모원의 최영순 사무국장은 27일 “공부는 때를 놓치면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은 법인데 임신을 이유로 10대에게 퇴학을 종용하는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학습의 힘을 믿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모원이 ‘쉼터’라는 기존의 소극적 공간에서 ‘교육기관’이라는 적극적 공간이 된 것에 굉장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10대 미혼모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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