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물 여덟 잔’의 진실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물 여덟 잔’의 진실

입력 2010-12-06 00:00
수정 2010-12-0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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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사가 의료 전문 케이블 채널에 나와 ‘하루 여덟 잔 이상’의 물을 꾸준히 마시면 인체의 생리작용이 활발해져 노화가 억제된다고 역설합니다. 물론 그가 처음 한 말은 아닙니다. 다른 의사들도 줄곧 그렇게 말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사도 그 과학적 근거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물론 물이 인체의 생리적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건 맞지만 무슨 근거로 하루 여덟 잔 이상이라고 못박는 것일까요. 활동량도 다르고, 체중도 다르고, 하는 일도 제각각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의사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직업적 경직성의 반영일 뿐입니다. 사람마다 신체 조건과 대사량이 다르고, 따라서 몸이 필요로 하는 물의 양도 제각각입니다. 정말 누군가에게 물이 필요하다면 몸은 갈증이라는 사인을 보냅니다. 또 소변 색으로 물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음주 후 소변 색이 진해지는 것은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많은 물을 소비해 몸에 물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운동 후에 느끼는 갈증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이런 징후가 없는 데도 ‘하루 여덟 잔’이라는 조금은 황당한 목표를 세워두고 줄창 물을 마셔대는 건 고역 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떤 이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한 잔, 두 잔 세며 물을 마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강박적으로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사람은 매일 결코 적지 않은 수분을 섭취합니다. 직접 마시는 물도 있고, 밥과 국, 과일, 녹차와 커피, 아이스크림 등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물의 공급원입니다. 그래도 물이 부족하면 별로 참을성이 없는 몸은 곧 갈증이라는 사인일 보냅니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물, 물 하고 호들갑 떨 게 아니라 목이 마를 때 적당량을 마셔주면 그게 곧 물을 잘 마시는 건강한 습관입니다. 자, 의심하지 말고 자신의 몸이 보내는 사인을 믿으면 됩니다.

jeshim@seoul.co.kr

2010-12-0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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