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이용, 혈우병 고친다

유전자 가위 이용, 혈우병 고친다

입력 2011-12-20 00:00
수정 2011-12-2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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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교수
김진수 교수
 국내 연구진이 비정상적으로 배열된 인간의 유전자를 오려서 바로잡을 수 있는 ‘유전자 가위(ZFN)’ 기술을 개발했다. 혈우병 등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성과로 평가다.

 서울대 화학부 김진수 교수 연구팀은 “인간 염색체의 염기 서열이 정상과 달리 뒤집히거나 겹치는 등의 이상 현상을 실험실에서 재현하고, 이를 바로잡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게놈 리서치’ 최신호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유전병은 부모의 뒤집히거나 삭제, 중복된 유전체 염기서열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면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ABCD가 정상 염색체 서열이라면 AD(BC 결실)·ACBD(뒤집어짐)·ABCBCD(중복) 등 다양한 염기서열 변이가 유전병의 원인이 된다. 김 교수팀은 이 가운데 피가 잘 굳지 않는 혈우병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중증 혈우병 환자의 대다수는 8번 혈액 응고인자 유전자의 염기서열 일부가 거꾸로 붙어 있는 상태라는 점에 착안, 이를 바로잡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김 교수팀은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잘라낼 수 있도록 고안된 효소인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뒤집힌 염기 서열의 두 곳을 잘라냈다. 그 결과 0.1~1%의 확률로 잘릴 부분의 순서가 뒤집혀 제대로 자리잡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를 역분화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생산에 이 기술을 집중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뒤집힌 염기서열을 가진 혈우병 환자의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돌려 유전자 가위질을 반복하면, 정상적인 염기 서열을 가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더 많은 염기서열을 뒤집을 수 있도록 효율을 높인다면, 정상이 된 혈액 응고 유전자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혈우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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